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췄다. 3개월여 만에 무려 1.0%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영향이 크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같은 폭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오는 9일 예정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올해 전망치(2.1%)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발표한 ‘2020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앞서 ADB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4%에서 2.3%로 낮춘 바 있다. ADB는 내년 성장률의 경우, 당초 2.0%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0.9%, 내년 1.3%로 각각 예상했다.
아시아 46개 회원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ADB는 아시아 46개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지난해(5.2%)보다 3.0% 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에는 6.2%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5.8%에서 2.3%로 3.5%포인트나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7.3%다. ADB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경제의 ‘역성장’을 예고했다. 피치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0.2%로 제시했다.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0.8%)에서 1%포인트 낮춘 것이다.
특히 1·2분기에 각각 전 분기 대비 -0.3%, -3.0%로 예상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로 간주한다. 피치는 3·4분기에는 각각 1.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올해 세계 GDP 성장률 전망치 또한 지난달 1.3%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피치는 미국의 경우, 종전 1.0%에서 -3.3%로 내렸고, 유로존(-0.4%→-4.2%)과 중국(3.7%→1.6%) 등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유럽과 미국의 GDP는 내년 말까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한국은행을 깊은 고민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3%에서 지난 2월 2.1%로 내려 잡았다. 오는 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1%대로 낮출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짙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빅컷’을 단행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은 애초 전망한 숫자(2.1%)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사실상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를 거론하면서 “세계 경제의 즉각적인 ‘V’자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차관은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이 실물지표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를 정상궤도로 회복시키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