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합병 일정도 미뤄져…코로나 때문에 해외 심사서 막혀

입력 2020-04-03 11:40 수정 2020-04-03 13:38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 행정력을 EU국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결합 심사도 코로나19 여파로 지연돼 관련 인수 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유동성 문제 때문에 인수 작업이 서둘러 마무리되길 바라는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전날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합병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M&A)이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뿐 아니라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경쟁제한성 여부 등을 심사받아야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원래는 M&A 대상 기업, 경쟁 기업들, 소비자를 상대로 경쟁 저하 가능성 등을 조사해야하는 건데, 지금은 EU가 가입 국가들에게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여력이 없다보니 심사를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U는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기 위해 신규 기업 결합 신청은 아예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11월에 EU 공정위원회에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었다. 당초 EU 집행위는 올해 7월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도 코로나19 여파로 지연된 바 있다. 당초 HDC가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700억원을 유상증자키로 했었는데, 해외의 기업 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이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업 결합을 심사 중인 해외 경쟁당국 6곳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심사 결과 발표 일정을 늦췄다”며 “기업 결합 심사 결과가 나와야 유상증자가 가능하도록 계약돼있어 불가피하게 유상증자 일정도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작업 시기가 중요한 기업들은 시름이 깊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3700억원에 달하는가하면, 올해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운항률이 7.6%까지 떨어졌다. 자본시장에선 HDC가 가치가 떨어진 아시아나항공을 당초 계획대로 인수할 것인지에 대해 온갖 회의적인 추측이 돌고 있다. HDC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일정이 늦어질 거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