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불혹’ 페더러, “내년이 벌써 기다려진다”

입력 2020-04-03 11:11
로저 페더러가 2017년 7월 16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테니스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마린 칠리치를 누른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내년엔 불혹이 되는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가 은퇴하지 않고 ‘테니스 황제’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게 될까. 페더러가 내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쿄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3일 “올해 윔블던이 취소된 뒤 페더러가 내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애초 올해 6월 말 개막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취소됐다. 잔디 코트에서 진행돼 일정을 뒤로 연기하기도 쉽지 않았고, 결국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세계 2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45년 이후 올해가 75년 만이다.

지난 2018년 호주오픈 이후 최근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이 없는 페더러로서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역대 8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됐다.

대회가 미뤄지면서 페더러의 은퇴 가능성도 제기됐다. 애초 도쿄올림픽이 열릴 2020년을 끝으로 페더러가 은퇴할 거란 전망이 많았던 상태였다. 여전히 죽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페더러지만 최근 들어 출전한 대회에서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떨어진 모습도 노출했기 때문이다.

다만 페더러의 발언으로 내년에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많아졌다. 그는 윔블던 취소 다음날인 3일 영국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내년이 벌써 기다려진다”며 “지금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이 위기를 이겨내고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더러가 명확하게 내년에도 윔블던에 참여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건 아니지만, 영국 더 선 등 해외 다수 매체들은 페더러가 내년을 집어서 언급한 것에 대해 2021년 윔블던 출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페더러가 2021년 윔블던에 나올 경우 바로 이어 7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할 가능성도 크다.

통산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 횟수 20회로 최다를 기록 중인 페더러는 19회 우승의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17회 우승의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나달은 34세, 조코비치는 33세라 우승할 기회도 페더러보다 많다. 페더러가 내년까지 자신의 최다 기록을 더 늘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