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고객님~ 주문하신 아이스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거기 전화번호는요. 공일공….” “타다닥 타다닥(키보드 자판 소리) 카톡~.”
2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의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와 세종정부청사, 서울을 잇는 실시간 쌍방형 원격수업이 열렸다. 교육부가 실시간 쌍방형 원격수업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진행한 행사였다. 교사가 농업을 주제로 강의하고 기자와 교육부 직원들이 학생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원격수업의 기본 프로그램은 화상회의용으로 개발된 ‘줌’(Zoom)이 사용됐다. 수업 중 대화는 줌 프로그램 채팅 기능과 카카오톡이 활용됐다. 30여명의 학생(기자·공무원)이 들어온 수업은 수도권 신도시 과밀학급의 학습 여건과 흡사한 조건으로 보였다.
수업을 진행한 한국생명과학고 김수정 교사는 비료와 경운(토양을 부드럽게 갈아엎는 것) 등 농업의 기초 개념들을 다뤘다. 교사는 자신의 얼굴과 미리 준비해온 교과용 도서 내용을 번갈아 보여주고 밭고랑 같은 그림도 그려가며 설명했다. 카카오톡으로는 참고용 홈페이지 링크를 올렸다.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학생을 뽑아 질문을 던지고 학생의 노트를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올리도록 요구했다.
수업 준비는 나무랄 데 없어 보였다. 교과서뿐 아니라 다양한 참고자료를 동원해 풍부하게 설명하려 했다. 디지털 기기에도 익숙해 보였으며 발음도 또렷해 충분한 전달력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업이었다. 교사의 수업 내용과 잡음이 섞이기 일쑤였다. 실시간 소통을 위해 줌 프로그램의 ‘음소거’ 기능을 끄자 학생 주변의 생활소음이 전체 학생에게 방송됐다. 누군가는 카페에서, 누군가는 길에서 접속하고 있었다. 수업 분위기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결국 교사는 음소거 기능을 꺼버렸고 일방향 수업이 다시 이어졌다. 수업 중간 교사 음성이 끊겨 집중력을 흐리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녹화된 원격 강의를 듣는 것보다 정보량도 부족했으며 원활한 토론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교실 수업도 교사 역량에 좌우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비대면 수업의 경우 교사 역량에 더욱 좌우될 전망이다. 교실 수업에선 교사들이 학생으로부터 나오는 표정 등 여러 반응을 종합해 직관적으로 학생 이해도를 파악하는데 화상회의 방식의 원격 수업에선 쉽지 않아 보였다. 수업 중간 퀴즈를 내는 방식 말고는 잘 따라오는지, 수업에 집중하는지 교사가 파악하기 어려웠다.
‘학생이 다른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지 알 수 있는가’란 질문에 김 교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듣는 경우 걸려오는 전화나 카톡 메시지 등 수업 방해 요소가 많아 보였다. 교육부는 오는 9일부터 중·고3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한다. 실시간 쌍방형 원격수업의 경우 수행평가와 학생부 기재가 가능하다. 원격 수업이 학교 현장에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드러낸 시연 행사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