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 폐렴이 처음 발발한 지 4개월여 만에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도 곧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5주 동안 거의 모든 국가, 자치령, 지역에서 신규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앞으로 며칠 내에 확진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5만명이 숨질 것”이라고 말했다. WHO가 지난 11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유럽을 거쳐 미국 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이날 전 세계 확진자는 93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4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미국에선 최근 발병 추세가 이탈리아와 유사하다는 암울한 분석이 나왔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총괄 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CNN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탈리아가 미국과 가장 견줄만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22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마스크, 장갑, 산소호흡기 등 연방정부가 비축한 의료장비가 거의 동났냐는 지적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탈리아는 미국보다 코로나19 환자 수는 적지만 사망자는 1만3000여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예컨대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역의 지난 3월 사망자 수는 1년 전보다 급증했는데, 이중 일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또 사망자들이 사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의 실비오 브루사페로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신규 확진자 곡선은 우리가 정체기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봉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