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없어 모아놓은 예금 쓰며 버텨요”… 방과후수업 선생님들의 한숨

입력 2020-04-02 17:13
한 교사가 지난 1일 광주 북구의 서강고등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시범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북에서 초등학교 방과후강사로 일하는 구모(29·여)씨는 지난달 지역의 한 초등학교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이때만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개학 연기가 4월 중순까지 미뤄질 줄 몰랐다. 급기야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되자 구씨도 더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 구씨는 2일 “당장 생활비가 없어 생활이 막막하다”며 “주위에도 생계가 어려워 이직하려는 방과후수업 강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의 여파로 구씨와 같은 초·중·고교 방과후수업 강사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수업한 만큼 인건비를 받는데, 개학 연기로 방과후수업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규수업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어 방과후수업은 당분간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특수고용노동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제도권에서 지원을 받을 방법도 현재로선 전무하다.

전국의 초·중·고교는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지만, 방과후수업 실시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규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방과후 수업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개원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성화활동 강사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학기에 유치원 7곳에서 ‘클레이 수업’을 하기로 했던 강모(46·여)씨는 “5년 정도 유치원 강사로 일했는데, 올해는 정말 힘들다”며 “수입이 하나도 없어 예금을 야금야금 쓰면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불안해 하는 학부모가 많아서 유치원이 개원해도 당분간은 외부강사를 고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 시행을 발표하며 특수고용노동자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방과후수업 강사들은 자신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방과후수업 강사나 특성화활동 강사 대부분이 사업자등록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 당국의 지원대상에 포함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 준비에 여력이 많지 않은 교육당국도 방과후수업 강사를 위한 지원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수업 강사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고용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비임금근로자는 보통 사업자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확인하지만, 이번 지원 대상이 될 비임금근로자들을 어떻게 확인할지는 지자체 재량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