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라임의 핵심 ‘전주(錢主)’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행적은 아직 묘연하다. 그의 행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마지막 사건은 3월초 재향군인회 상조회 매각 과정이었다. 매각 절차에 관련됐던 인사들은 김 전 회장이 계약을 서둘렀고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첫째 주 향군 상조회 매각 절차의 막바지 작업에 직접 관여했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인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가 그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는 향군 상조회 인수 측인 보람상조와도 여러 번 만나 김 전 회장의 입장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 컨소시엄’을 통해 지난 1월 향군 상조회를 320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는 스타모빌리티에서 빼간 라임의 자금이 동원됐다. 장영준 전 대신증권 WM(자산관리)센터장은 라임 피해자와 만나 “상조회 인수를 위해 김 전 회장이 로비를 했다” “상조회 회원비를 라임을 살리는데 사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향군 상조회를 다시 보람상조에 38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컨소시엄으로 흘러갔는데 라임 자금은 아직 스타모빌리티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컨소시엄 대표이사는 김 전 이사가 맡고 있다. 스타모빌리티는 김 전 이사와 김 전 회장을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구속 상태인 김 전 이사를 상대로 향군 상조회 인수 과정과 자금의 행방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향군 상조회 공개입찰이 사실상 ‘짬짜미’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재향군인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2일 “향군 상조회가 졸속 매각됐고, 이는 김 전 회장과 김진호 향군회장이 결탁한 결과”라며 김진호 회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는 “김 전 회장 측은 상조회 인수에 확신이 있었는데, 그건 입찰 참여업체끼리 미리 짰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인수 과정에서 실제 로비를 행사했는지 등은 그의 신병이 확보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평소 자신의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잘 알리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또 주변에 “정관계 인사들을 많이 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김 회장 실소유 회사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고, 꼭 종교 교주 같았다”며 “지금도 자신이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금융권에서는 “룸살롱에서도 술은 마시지 않았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아이 다루듯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3~4년 전 서울 강서구 지역의 교회를 다니다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더 큰 하나님을 찾겠다”며 서울의 한 대형 교회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이 과거 아버지처럼 따랐던 A목사에게 연락해 그에 대해 묻기도 했다. A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사한테 욕까지 하고 떠났던 사람이다.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