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협약파기’ VS ‘노동이사제 빼고 전면수용’
‘광주형 일자리’ 실현의 전제조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광주지역 노동계와 광주시가 또다시 막다른 대척점에 섰다.
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는 2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놀음으로 전락한 광주형 일자리에 불참하고 노사민정 협약파기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파기선언은 2018년 6월 현대차 완성차공장 사업참여 의향서 제출에 이어 지난해 1월 광주시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로 가시화된 광주형 일자리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당초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탄생했다. 수레바퀴의 한 축인 노동계 참여가 없으면 무늬만 노사상생을 부르짖는 반쪽짜리 광주형 일자리로 전락하게 된다.
투자협약 체결 이후 대표이사 선임의 적절성과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를 두고 샅바싸움을 해온 노동계와 광주시의 힘겨루기가 재연됨에 따라 광주형 일자리는 어느 때보다 높은 파도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노총은 최대주주인 광주시와 2대 주주인 현대차가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전직 현대차 간부 등을 요직에 등용해 GGM이 광주형 일자리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대차 하청공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들은 또 광주에는 대기업인 현대차가 400여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치지만 부산, 울산, 구미에는 수천억대 투자가 줄을 이어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점검과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양대 노조인 민주노총에 광주형 일자리 파기에 대한 동참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대화와 토론을 제안했다.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위임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9월부터 노동이사제 도입과 현대차 추천이사 퇴진, 원·하청 개선 시스템 구축, 임원 임금 노동자 2배 이내 책정, 시민자문위 설치 등 5개항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투자협약에 본질적으로 위배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노동계에서 협약 파기 이유로 내세운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노동계의 지속적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상생 방안, 노사 상생, 사회통합 일자리 협의회 구성, 지난해 1월 31일 투자협약서 공개 등 노동계 요구 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사회통합 일자리 협의회 구성은 물론 그동안 베일에 싸인 투자협약서 공개 요구도 적극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임원진 임금을 노동자 평균 임금의 2배 이내에서 책정하라는 노동계 요구에도 적극 협의하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노사상생 방안과 관련해 노동계가 강조한 ‘노동이사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월31일 체결한 투자협약서와 노사상생발전협정서는 헌법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5년간의 끈질긴 논의 끝에 합의한 중대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상호 믿음과 신뢰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더욱 낮은 자세로 대화의 물꼬를 터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협약파기 선언 이후 광주은행 등 GGM 주요 주주들은 한국노총 요구는 노사민정대타협이나 투자협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월권행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완성차 공장 기공식을 가진 GGM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적용된 첫 사업장이다. 총 투자금은 5754억원으로 금융권 차입금 3454억원을 제외한 자기자본 2300억원 가운데 광주시가 483억원 21%, 현대차가 437억 19%를 투자했다.
GGM은 지난달 2일 경력직 21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생산설비 설치를 시작한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직 1000여명을 채용하고 시운전과 시험생산을 거쳐 하반기부터 연간 10만대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