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나와야 회복…” 비관론이 지배한 세계 경제

입력 2020-04-02 16:18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을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은 더 하락할 것이다.”

세계적 투자가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너무 많은 낙관론이 퍼져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최근 글로벌 증시는 14% 안팎의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막스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 “증가하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일자리 감소, 채무 불이행 증가 등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다시 비관주의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반짝 회복세를 연출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다시 비관론에 휩싸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며 전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일제히 ‘2차 하락론’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까지 코로나19를 ‘감기’ 정도로 치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주간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불안 심리가 급속하게 퍼지는 양상이다.

코로나 비관론 속에 미국과 유럽 증시는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다우존스 지수는 4.44% 내린 2만943.5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나란히 4.41%씩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영국(-3.83%) 등 유럽 증시도 4%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공포감에 모두 하락 마감했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은 줄을 잇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 경제의 침체는 확실하다”며 “코로나 충격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휴 짐버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정책적 조치들이 나왔지만 시장의 결정적 바닥으로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경제 침체가 회복되지 않을 거란 관측마저 등장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백신 등과 같은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진 사람들이 여행을 하거나 공격적 투자,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