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스탠다드자산운용(옛 JS자산운용)에 법인명의 새 통장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이를 횡령 통로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스탠다드운용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이런 자료들을 확보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스탠다드운용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스탠다드운용 임원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통해 회사와 김 전 회장과의 관계를 다각도로 따져 물었다. 회사 측은 지난달 26일 회사 자금 15억원이 빠져나갔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에서 돈을 빼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도주 중이지만 스탠다드운용에는 여전히 김 전 회장 측 인사들이 남아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해 12월 스탠다드운용을 인수했다. 김 전 회장의 친구인 제주스타렌탈 장모 대표가 회사를 소유하는 구조였지만 실제 영향력은 김 전 회장이 행사해왔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인수 이후 회사에 법인명의 새 통장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런 지시는 김 전 회장의 최측근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회사 관계자들은 이런 지시가 꺼림칙하다며 따르지 않는 일도 있었다. 결국 새 통장은 지난해 12월 말쯤 만들어졌다. 회사 자금은 지난 1월 2일부터 빠져나갔다. 김 전 이사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수원여객 자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일 구속된 상태다.
스탠다드운용의 이사회 의결도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대여한다는 내용의 형식적 의결이 이뤄졌는데 대표이사도 이런 의결이 있었는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탠다드운용 관계자는 “김 전 이사 측이 대표이사 명의를 도용해 의결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운용은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자산관리)센터장이 라임 사태 피해자에게 “김 전 회장이 라임 문제 해결에 이용할 운용사”라고 소개했던 곳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스탠다드운용 펀드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김 전 회장이 회사를 충분히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선 15억원을 빼돌려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탠다드운용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라임 문제 해결에 이용된 건 없었다. 기존 고객들도 많은데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