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감염’ 中 의사,동료들에 코로나19 전파…60만 도시 ‘봉쇄’

입력 2020-04-02 15:33
우한 방문 이력이 있는 의사가 동료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긴 허난성 핑딩산시 자현인민병원.웨이보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서 근무하고 돌아온 허난성 의사가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해 지역 도시가 봉쇄되는 등 전염병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크게 줄었지만, 해외에서 역유입되는 환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 후베이성과 북쪽으로 인접한 허난성의 핑딩산시 자현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주민 60만 명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모든 가구는 이틀에 한 번씩 가구당 1명만 외출해 식료품을 사 올 수 있고, 다른 목적으로 외출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력, 물류, 의료, 식품 가공 등의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 활동도 중단됐다. 상점은 슈퍼마켓과 식료품점, 약국, 주유소, 호텔 등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자현 교통국 관계자는 “지역이 사실상 고립됐다”며 “지금은 자현에 오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이 지역에 들어가거나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자현 정부가 봉쇄 조치를 내린 것은 지역 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이다.
봉쇄 조치가 내려진 허난성 핑딩산시 자현 지역.SCMP캡처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 일하고 돌아온 류모 의사는 지난 26일 자현 인민병원에서 핵산 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는 지난 1월 우한을 방문한 이력이 있으며 자현으로 돌아와 14일간 격리했다. 격리가 끝난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상 출근을 했다.

하지만 그는 무증상 감염자였고, 주변에 바이러스를 퍼뜨려 동료들을 감염시켰다.

류씨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후 밀접 접촉자들을 검사한 결과 그의 동료 2명과 친구 1명도 지난 주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현 보건 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 그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74명을 격리 조치하고 핵산 검사 등을 하고 있다.

류씨가 언제 우한에서 돌아와 얼마나 병원에서 근무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주민 왕샤오(23)는 “(류씨의 근무하는) 병원이 우리 집에서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확진 사례가 있는지 몰랐다”며 “병원이 집에서 가까워 감염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한에서 근무를 마치고 핑딩산시로 돌아오는 의료진을 환영하는 인파.웨이보캡처

자현 정부가 우한 봉쇄령과 비슷한 특단의 조처를 내린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과 국경을 맞댄 중국 서남부의 윈난성도 코로나19 역유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인접 국가로 출국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등 특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윈난성 정부는 국경 주변 도시나 현의 주민들에게는 사는 지역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고 특별 허가를 받은 응급 의료진이나 기술자 등만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

윈난성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해외에서 윈난성으로 들어오려면 2차례 코로나19 핵산검사와 항체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을 보여야 하고, 이후 본인 부담으로 14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윈난성은 174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코로나19 피해가 적지만 최근 8건의 해외 역유입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