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잃어버린 완투 1개 찾았다… ‘KBO 숙원’ 전산화 완료

입력 2020-04-02 15:29 수정 2020-04-02 18:20
전준호 550도루 대기록 549회로 정정
한용덕·이강철 통산 탈삼진 증가
기록 검증 과정서 홈런 오류 없어

정민철(왼쪽) 한화 이글스 단장이 투수코치 시절인 2010년 9월 3일 대전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를 마치막으로 국내에서 은퇴한 레전드 투수 구대성과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숙원과 같던 프로야구 기록 전산화를 완료했다. 야구는 선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분석해 통계를 작성하고, 그렇게 쌓은 통계를 승부에 접목하는 ‘기록의 스포츠’다. 기록은 승패를 가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프로야구 기록 전산화의 결과로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의 현역 시절 통산 완투는 60회에서 61회로, 전준호 NC 다이노스 코치의 도루는 550개에서 549개로 정정됐다.

KBO는 2일 “숙원 사업 중 하나인 KBO리그 기록 전산화 작업을 완료했다. 전산화 이전인 1982~1996년의 기록에 대한 검증을 마쳤고,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이할 내년을 앞두고 지난해까지 38시즌의 모든 경기 기록을 전산화해 오류를 바로잡았다”며 “KBO 홈페이지를 포함한 야구 기록 웹사이트에서 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KBO는 2001년부터 KBO리그의 모든 기록을 전산화했다. 그 전인 1982년부터 2000년까지의 기록은 야구장에서 기록원의 수기로 작성된 기록지가 팩시밀리로 KBO 사무국에 전달되면 옛 전산 프로그램에 입력된 뒤 서류를 출력하는 식으로 보관됐다. 전국에 인터넷망이 보급된 2001년부터는 야구장에서 온라인으로 기록하는 디지털 방식이 도입됐다.

KBO는 정확한 기록과 통계를 확인하기 위해 기록위원회,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와 협력해 과거 기록에 대한 전산화를 진행했다. 전산화 이전인 2000년부터 역순으로 수기 기록지를 전산 자료로 입력했고, 그 자료는 다시 수기 기록지 및 KBO 사무국에 보관된 서류와 비교·검수하는 작업을 거쳤다.

KBO는 비교적 수월했던 1997~2000년의 기록을 먼저 전산화한 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1982~1996년 사이에 펼쳐진 6168경기에 대한 기록의 입력·검증 작업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1600여건의 오류를 발견해 기록을 정정했다.

기록이 바뀌자 역사도 바뀌었다. 전준호 코치는 2009년 도루 550개의 대기록을 남기고 현역에서 은퇴했는데,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1996년 9월 20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의 전신 해태와 원정경기 때 기록한 도루 1개는 교체 출전한 당시 팀 동료 박종일의 것으로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 결과로 전 코치의 그해 도루는 23개에서 22개, 현역 통산 도루는 550개에서 549개로 정정됐다.

정민철 단장의 개인 통산 완투는 1개가 늘었다. 정 단장은 한화의 전신 빙그레 소속이던 1992년 7월 30일 대전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연장 11회를 완투하고 무승부로 끝냈다. 이 완투가 누락되면서 그해 정 단장의 시즌 완투 횟수는 11개에서 10개로 잘못 집계됐다. KBO의 전산화를 위한 검증에서 정 단장의 통산 완투 기록은 61회로 수정됐다.

해태 투수였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사라졌던 탈삼진 2개를 되찾았다. 1989년과 1992년 기록지에서 탈삼진이 1개씩 누락된 사실이 확인돼 개인 통산 탈삼진은 1749개에서 1751개로 늘어났다. 또 1995년 9월 3일 인천구장에서 태평양 돌핀스를 상대한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서 기록된 이 감독의 평균 자책점이 바로잡혔다. 이 감독의 1995시즌 평균 자책점은 3.30에서 3.24로 내려갔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현역 시절에 잃어버린 탈삼진을 되찾았다. 통산 탈삼진은 1989~1991년 사이에 매 시즌마다 1개씩 누락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제 한 감독의 통산 탈삼진은 1341개에서 1344개로 정정됐다. 1983시즌에 30승을 쌓은 삼미 슈퍼스타즈 투수 장명부의 그해 평균자책점은 2.34에서 2.36으로 상향됐다.

KBO는 “정정된 기록의 사례에서 투수는 투구 이닝, 자책점의 오기가 가장 많았다. 타자의 경우 대수비만 출전한 경우를 출장 횟수에 누락한 사례가 잦았다. 다만 홈런 기록의 오류는 없었다”며 “앞으로 시즌을 종료할 때마다 기록원의 수기 기록지, 온라인 기록지, 전산화 자료를 비교해 오류를 발견하는 즉시 바로잡아 언론과 팬에게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