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25·구속)씨와 함께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데 깊이 관여한 3명 중 2명이 이미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비롯해 경찰은 지금까지 텔레그램 등에서 성착취물·음란물을 제작·유포·소지한 혐의로 총 140명을 검거해 2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n번방’ 3대 운영자 중 아직 검거되지 않은 ‘갓갓’ 추적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조씨의 박사방 운영을 도우며, 성착취물 제작·유포에 적극 가담한 공범 3명 중 2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3명은 박사방에서 ‘부따’ ‘사마귀’ ‘이기야’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인물로 전날 조씨 변호인이 ‘공범’으로 지목한 인물들이다. 경찰은 남은 1명의 신원확인 및 조사 등을 위해 검거된 2명이 어떤 닉네임을 사용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남은 1명이 이미 검거된 인원 중에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1일 기준으로 집계한 텔레그램 등 SNS 이용 디지털성범죄 단속 통계를 보면 총 98건의 사건을 수사해 140명을 검거했고, 그 중 23명을 구속됐다.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SNS 대화방 운영자는 9명, 유포자는 14명이었다. 박사방 등에 회원으로 참여해 성착취물을 내려받아 소지한 피의자는 93명에 달했다. 이미 제작된 성착취물을 다른 대화방에서 재유포한 운영자와 유포자 5명도 경찰 수사망을 피하지 못했다. 기타 불법촬영물이나 딥페이크 음란물 등을 제작·유포·소지한 20명도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n번방’의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갓갓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년간 사이버수사를 담당한 총경을 책임수사관으로 지정해 갓갓을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을 지원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검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사방 유료회원 추적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씨는 일부 회원들을 상대로 박사방 입장 조건으로 ‘신분증과 얼굴이 나오도록 찍은 인증샷’을 요구(국민일보 3월27일자 1·3면 참조)했는데, 경찰은 아직 암호해제가 되지 않은 조씨의 휴대전화 2대에 관련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암호를 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성착취물 피해자 조사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현재 총 103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는데, 이 중 51명은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이뤄진 피해자는 52명의 인적사항은 확인됐는데 10~20대가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은 이들 중 47명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완료했고, 피해자 요청에 따라 2명을 신변보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여성들이 느끼는 고통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2차 피해 발생치 않도록 세심히 조치해 나가겠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며 개인정보를 불법조회한 뒤 이를 조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최모(2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씨는 서울의 한 자치구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보조 업무를 하면서 200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 중 17명의 정보를 조씨에게 제공한 혐의다. 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