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절정을 향하는 4월은 제주에선 아픔의 계절이다. 72년 전 좌우 대립과 광복 직후 혼란한 사회 정세 속에 수많은 무고한 도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염병 최소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고되면서 제주4·3추념식은 역대 추념식 중 가장 작은 규모로 치러진다.
제주도는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추념 광장에서 제72주년 제주4·3추념식을 봉행한다고 2일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라 올해는 유족과 4·3관련 단체 대표를 중심으로 150명만 참석한다. 예년의 1% 정도로, 역대 최소 규모다. 행사장인 추념식 광장 좌석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2m 거리로 배치된다.
3일 오전 10시 추념식 시작과 함께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린다. 도민들은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경건한 마음으로 4·3영령에 대해 추념의 시간을 갖는다.
올해 제72주년 추념식에는 경찰 의장대가 최초로 참석해 의미를 더한다. 경찰 의장대는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담아 헌화·분향 등 행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4·3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출 예정이다.
제주 아라중 김대호 군은 할머니 양춘자 여사가 겪은 고된 삶과 미래세대로서 자신이 4·3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증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글’로 전한다. 김 군의 할머니는 고 양지홍 제주4·3 희생자의 딸이다.
추념식 마지막은 제주4·3을 상징하는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영상으로 선보인다.
강민철 4·3지원과장은 “도민과 유족의 적극적인 협조로 제72주년 추념식이 간소하고 경건한 행사로 진행된다”며 “이번 추념식이 4·3영령을 달래고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한발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도민과 유족들에게 개별 참배 자제를 요청했다. 부득이 4·3 평화공원을 방문할 경우 추념식이 끝나는 낮 12시 이후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4·3추념식은 TV와 SNS 등을 통해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제주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미 군정의 강압이 계기가 되어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을 말한다.
제주4·3특별법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4・3희생자 추념일은 2014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한편 4・3 당시 타지로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제주4・3 생존 수형인 2명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고태삼(91), 이재훈(90) 할아버지는 중학생이던 1947년 ‘경찰관을 때렸다’ ‘선동적인 내용의 전단지를 봤다’는 등의 누명을 쓰고 징역형을 선고 받아 인천형무소에서 복역해 평생을 전과자로 살아왔다.
제주4·3 생존 수형인의 재심 청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