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7500여명 태웠다” 대구 모인 구급차들 대구 떠난다

입력 2020-04-02 13:55 수정 2020-04-02 13:58
대구지역 소방대원들이 2일 옛 두류정수장터에서 해단식을 마친 뒤 떠나는 구급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급속 확산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대구에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119구급차로 환자들을 실어 나른 전국의 구급대원들이 2일 임무를 마치고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다. 대구에서 확진자 추가 발생이 확연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인력들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터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활동했다. 10여곳의 생활치료센터와 병원, 환자 자택 등을 오가며 쉴 새 없이 환자들을 이송했다. 방호복을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환자들을 이송하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고생이 많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도 참아내야 했다.

전국의 구급대원들은 소방청이 발령한 동원령 1·2호에 따라 지난달 21부터 대구로 모였는데 가장 많을 때(지난달 4일)는 구급차 147대가 옛 두류정수장터로 집결했다. 대구 각 소방서에서 활동한 대구 전담구급대 23대까지 포함하면 170대가 대구 전역을 누빈 것이다. 확산세가 조금 줄어든 지난달 13일부터는 60여대로 유지됐다. 구급차를 운용하는 소방인력은 교대로 운영됐는데 지금까지 누적인원이 797명이다. 대구에서 지난 2월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이들이 옮긴 환자와 의심환자는 75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이날 모두 각자의 지역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은 대구의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5개까지 늘었던 대구 경증환자 대상 생활치료센터가 11개로 줄었고 이마저도 더 줄어들 예정이다. 누적 확진자수 6725명 대비 완치환자가 4361명으로 완치율도 64.8%다. 추가 확진자 중에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발생을 제외하면 일반인 확진도 대폭 감소했다.

이날 오전 옛 두류정수장터에서 열린 해단식에는 마지막까지 대구에 남아있던 다른 지역 구급대원 40여명이 구급차 20여대를 끌고 나타났다. 대구 소방대원 70여명도 이들을 환송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 임무를 마치고 떠나는 소방대원들은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남아있는 대구 구급대원들은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말하며 떠나는 구급차를 배웅했다.

앞으로 대구지역 코로나19 관련 업무는 대구 전담구급차 20대가 맡는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에서 모인 대원들과 함께 일해 든든했는데 같이 고생했던 동료들이 떠나니까 마음이 허전하다”며 “대구는 우리한테 맡기고 각자의 지역에서 안전하게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전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