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황교안 n번방 발언 두둔에…“모르면서 입 연게 더 문제”

입력 2020-04-02 12:47 수정 2020-04-02 13:50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같은 당 황교안 대표를 옹호했다.

이 최고위원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n번방 참가자들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는 고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n번방 사건에서는 고의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단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에 비밀번호를 넣고 방에 들어가는 과정과 암호화폐를 지불수단으로 하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지갑 주소는 은행 송금할 때 1자리 틀려서 오입금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어렵고, 텔레그램 방에 비밀번호를 알고 입장하는 것은 그 방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황교안 대표를 두둔했다. 페이스북 글 캡쳐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황 대표를 두둔했다. 기술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라는 주장이다. 그는 “황 대표가 일반적인 음란물 열람사건 등의 경우를 연상하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누가 온라인 광고로 자주 뜨는 ‘매력 있는 이성을 만나보세요’라는 카톡 링크를 보내서 호기심에 들어가 본 경우 정도를 상정한 법리적 판단이다”라며 “이건 법조인이라면 검사, 판사 막론하고 누구나 가져야 할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라는 방향에서의 접근이다”라고 적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황 대표의 발언은 법조인으로서의 경험에 비해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라는 기술의 익명성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은 기술적인 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 미흡함을 인정하고, 수정된 입장을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 최고위원의 글에 대해 “몰랐다는 게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술 이해도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 네티즌은 “모르고 그랬을 수 있지만, 얼마나 n번방 사건을 가볍게 보면 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지나가는 말 하듯 하겠나”라며 “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공부도 안 하는 거다. 여성 인권문제를 대하는 당 분위기와 이분 성향이 너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는 댓글을 달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참가자 신상공개 문제를 거론하며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호기심에 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신상 공개 등)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황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유료회원 모집을 위한 무료방도 초대를 받거나 접속 링크를 받는 식으로 비밀스럽게 운영된다. 단순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황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그 범죄의 소굴에 오래 머문 사람만 처벌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잠깐 있었던 사람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자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입장인가”라며 “황 대표의 발언은 매우 문제적이다. 당장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황교안 오피셜TV’ 방송에서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법리적 차원의 일반론적인 답변이었다”며 “n번방 26만명의 가해자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론적 잣대에 해당될 수 없다.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