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째 ‘집콕’ 추신수, 단 2번 외출서 목격한 미국 상황

입력 2020-04-02 11:57 수정 2020-04-02 18:17
미국 확진자 21만명, 사망자 5100명 상회
추신수, 말뿐이 아닌 코로나19 극복 노력
팀 산하 마이너리거 전원에 1000달러씩 쾌척

텍사스 레인저스 타자 추신수가 지난 2월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 상황이 왜 괜찮은지 알고 있나요? 모두가 심각성을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가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악화에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메이저리그 개막 연기로 3주째 미국 텍사스주 사우스레이크 자택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에 식료품 구입을 위한 단 두 차례의 외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당수의 시민들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소속팀 산하 마이너리거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약 124만원)씩 생계비를 지원해 고통을 분담하고 자신도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역에 안일한 미국 내 지역사회 분위기를 본 추신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의 코로나19 대응 방법을 미국인들에게 설명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추신수는 2일(한국시간) 텍사스 지역매체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과 인터뷰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 악화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있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적 간격을 떨어뜨려야 한다. 모두가 행동해야 한다. 이것(코로나19 확산)을 정말 큰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달 13일 정규리그 개막을 연기하고 스프링캠프를 중단했다. 추신수를 포함한 텍사스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 훈련장의 폐쇄로 지난달 중순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추신수는 사우스레이크 자택에서 3주째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명목상 훈련일 뿐 사실상 자가격리다.

추신수는 그 이후로 두 차례만 집밖으로 나섰다고 한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1일 밤 식료품 구입을 위해 나간 상점과 거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목격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해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확진자 수 21만명, 사망자 수 5100명을 넘어섰다.

추신수는 “나도 집에만 머물고 있으니 지루하다. 벌써 3주째로 들어갔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모두가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 기자에게 “한국 상황이 왜 호전됐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모두가 ‘그래, 지금은 심각해. 집에 있어야 해.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는 1달간 집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추신수는 자택 체류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신수의 노력은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추신수는 인터뷰에 앞서 개막 연기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거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재난 지원금 조로 마이너리거에게 지급하는 최대 주급 400달러(약 49만5000원)의 2주 이상 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추신수는 이보다 앞선 지난달 1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난 대구 시민들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원을 기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