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5000명에 가까워진 미국에서 뒤늦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움직임이 나오는 가운데 CNN이 “아시아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CNN은 1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마스크에 관해 아시아가 옳았을지 모르며, 그 밖에 다른 국가들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시아는 위기 초기부터 많은 지역에 걸쳐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낮은 감염률과 빠른 확산 억제로 이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미국·유럽을 비롯한 서구권은 그간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 다수의 국가 지도자들과 언론은 심지어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손을 씻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집중하라고 권고해 왔다. 특히 북미에서 ‘마스크는 아시아인들과 관련된 것’이라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퍼지며 거부감이 커졌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지난 2월 말 자신의 트위터에 “마스크를 사지 말라!(STOP BUYING MASKS!)”고 했고,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의회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레드필드 국장은 지난달 31일 미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CDC가 지침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사용을 일반화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마스크 사용에 부정적이었던 세계보건기구(WHO)까지 그 효과를 평가하며 입장 변화를 저울질하는 시점에서 CNN은 과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마스크가 확산 억제에 효과적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학 관련 자료를 체계화해 메타분석하는 ‘코크런(Cochrane) 검토’에 따르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중국 베이징의 한 연구는 “공중이 꾸준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사스에 걸릴 위험을 70%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CNN은 “한국과 중국 본토, 홍콩, 대만 등은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고 지역사회 대규모 확산 예방에 큰 성공을 거뒀다”며 “미국도 지난 1월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신 국내 생산을 증대하고 보편적 사용을 권고했다면 얼마나 많은 감염을 피할 수 있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일 오전 9시 기준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수는 21만3372명이다. 이 가운데 4757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