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키운 건 인천 고교생 ‘커비’… 아동 포르노 유포도”

입력 2020-04-02 10:18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의 원조 문지기 ‘와치맨’(38)이 경찰에 붙잡히고도 ‘박사’ 조주빈(25)같은 성착취범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건 한 10대 청소년의 열혈 홍보 덕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kirby)’라는 닉네임의 인천 고교생 조모(18)군이 ‘와치맨’에 이어 텔레그램 성착취물 대화방으로 들어가는 ‘허브 채널’을 운영했다고 2일 노컷뉴스가 보도했다. 일명 ‘링크공유방’(링공방)으로 불린 조군의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2만개에 가까운 성착취물 링크가 공유됐다.

보도에 따르면 ‘링공방’은 ‘와치맨’이 만든 ‘고담 주소 채널’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텔레그램 비밀방의 시초로 알려진 ‘갓갓’이 ‘고담 주소 채널’에서 n번방을 홍보했듯, ‘링공방’에서도 다른 여러 운영자들이 자신의 방으로 접속하는 링크를 띄워 ‘고객’들을 불러모았다. ‘박사’ 조주빈도 ‘링공방’을 적극 이용했다.

조군의 ‘링공방’이 급속도로 성장한 건 ‘와치맨’이 구속된 지난해 9월부터다. 경쟁자가 사라지자 많은 비밀방 운영자들이 ‘링공방’으로 몰렸고, 그 숫자가 한때 9000명에 육박했다. 조주빈의 ‘박사방’이 유명해진 시기도 그때쯤이다. ‘링공방’에서는 텔레그램 비밀방만 아니라 도박 사이트, 심지어 마약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까지 공유됐다. 각종 범죄의 온상이었던 셈이다.

몸집을 불린 조군은 다른 방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나서 아동 포르노물을 유포하는 비밀방도 개설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조군이 운영한 ‘서로양리’와 ‘동로양리’라는 2개의 비밀방에서만 아동 성착취물 수백건이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군은 지난해 11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월말 조군을 아동청소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고, 현재 검찰이 추가 수사 중이다. 지금까지 검거된 주요 피의자 가운데 10대 청소년은 조군을 포함해 ‘로리대장태범’ 배모(19)군, ‘태평양’ 이모(16)군 등 3명에 이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