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매년 봄이면 카페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밴드 버스커버스커(사진)의 히트곡 ‘벚꽃 엔딩’ 후렴구다. 2012년 3월 출시된 이 곡은 ‘봄 캐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매년 봄이면 각종 차트에서 ‘역주행’을 펼치곤 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일보가 음악평론가 14명을 상대로 2010년대를 대표하는 곡을 물었을 때도 벚꽃 엔딩은 1위를 차지했었다. 설문에서는 “매해 죽지 않는 불멸의 노래”라거나 “대중에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봄’을 선물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봄나들이에 나서는 시민이 줄어서인지 벚꽃 엔딩의 인기가 예년 같지 않다. 2일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성적을 종합해 성적을 매기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벚꽃 엔딩은 지난해보다 1주 늦은 3월 첫째 주(1~7일)에야 차트에 다시 등장해 셋째 주(14~21일) 차트에서는 169위에 랭크됐다.
물론 벚꽃 엔딩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 노래가 가온차트 50위권에 체류한 기간을 살피면, 해가 바뀔 때마다 내림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10주간 50위권에 머문 벚꽃 엔딩은 2016년에는 8주, 이듬해엔 6주간 머물렀다. 2018년과 지난해에는 3주 동안만 5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 노래의 인기가 확연하게 떨어진 듯한 분위기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벚꽃 엔딩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간차트 50위권 체류 기간은 처음으로 2주 이내가 될 것이며, 최고 순위 역시 예년보다 하락한 40~50위권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봄 캐럴인 하이포와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의 인기도 부진한 편이다. 2014년 발표된 이 곡은 예년보다 차트 진입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가온차트는 “지난해에는 8주차(2월 중순)에 339위로 차트에 재진입했지만 올해는 3월 첫째 주가 돼서야 332위로 차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십센치의 ‘봄이 좋냐’, 로이킴의 ‘봄봄봄’ 등 해마다 봄이면 유행하는 이들 노래 역시 차트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