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사퇴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사학 비리가 사퇴를 요구한 주된 이유지만, 아베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들며 교묘하게 피해간 것이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지금 바야흐로 코로나19 대책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며 “여기서 내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노다 구니요시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노다 의원이 전날 주간지 ‘슈칸아사히’(週刊朝日)가 낸 사학 비리 비판 관련 보도를 거론하며 “아베 총리에게는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인터뷰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아베 총리는 사학 비리 대신 코로나19 대응을 들며 사퇴론을 일축한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슈칸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된 결재 서류 조작 사건 등을 거론하며 비리에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자신의 바통을 그대로 넘겨받은 아베 총리의 거취까지 거론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베 총리가 사학 스캔들에 대한 비판을 곧장 피해간 건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응에 국민들의 호응이 크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실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2월만 해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이 비등했지만, 최근에는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보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TV도쿄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조사에서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47%로 부정적으로 본다는 답변(44%)보다 많았다. 지난달 조사 때는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50%를 차지하며 긍정 반응보다 10%포인트 더 높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