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출 선방했다고? 작년 실적·조업일수 따져보니 ‘글쎄’

입력 2020-04-01 18:28
3월 수출, 조업일수 1.5일 많았지만 0.2%↓
“미·유럽 확산 여파 4~5월에 본격화”


3월 수출이 0.2% 감소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에 많은 타격이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은 작아 보인다. 정부는 “상당히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수출 급감과 지난달 늘어난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오히려 수출이 ‘코로나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보다 정확하다. 나아가 4~5월 수출에는 ‘먹구름’이 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감소한 46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3월 수출이 전년 수준에 근접하며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정부의 자화자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올해 3월은 조업일수가 24일로, 22.5일이었던 지난해 3월보다 1.5일이 더 많다. 수출이 같은 수준으로 이뤄졌다면 당연히 수출액이 증가했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은 19억54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6.4% 감소했다.

지난해 3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8.2%나 감소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8년 3월은 역대 3월 수출 실적 중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라며 “지난해 3월이 기저효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라 하더라도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어야 정상인데 감소했다는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의미다.

수출 추이만 봐도 상황이 좋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20일 수출은 10.0% 늘었다. 결국 21일부터 31일까지의 수출이 급격히 줄면서 이전 기간의 두자릿 수 상승세를 모조리 꺾은 셈이다.


지난달 하순 수출 악화는 미국·유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난달 20일 1만3159명이었던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열흘 뒤인 30일 13만9675명으로까지 10배 이상 치솟았다. 스페인·독일·프랑스도 같은 기간 확진자 수가 1만명대에서 각각 7만명대(스페인), 6만명대(독일), 4만명대(프랑스)로 급증했다.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 상황은 향후 수출에도 암운을 드리우게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 타격은 최소 4월 이후에야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품목별로 보면 선박(-31.4%)이나 석유화학(-9.0%) 수출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선박은 올해 초만 해도 LNG선 수출 호조 등을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계속 수출이 증가해온 아세안과 베트남으로의 수출도 3월 들어 처음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등으로 소비 수요가 줄면서 소비재 수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초래한 비대면 라이프스타일 확산으로 컴퓨터(82.3%)와 무선통신기기(13.3%) 등 IT 품목 수출은 선전했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으로의 하루 평균 수출액은 2월 초 3억6000만 달러에서 3월에 4억5000만 달러로 늘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며 일상 생활을 조금씩 되찾은데 따른 것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