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악몽 재현될까… 수도권 대형병원 잇단 폐쇄 초비상

입력 2020-04-01 18:28 수정 2020-04-02 11:21


전국 중증환자 치료체계의 핵심인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나타나면서 의료계에 ‘적색 경보’가 내려졌다. 의정부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원내감염이 발생하자 한 달 전 대구·경북처럼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즉각 감염 대책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일부 병원은 입원환자와 동행하는 간병인, 보호자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등 선제적 대책 수립에 분주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전날 0시 대비 101명 늘어 총 확진자가 98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병원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병원의 환자 인지과정, 감염관리에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의료계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 내 감염은 최근 2주간 발생한 집단감염의 34.9%를 차지했고 이에 따라 병원이 폐쇄되거나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되는 경우도 늘었다. 환자, 직원 등 확진자 11명이 나온 의정부성모병원은 이날부터 병원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전체 의료인과 환자 2460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산병원은 9세 여아 확진자가 발생한 소아병동을 부분 폐쇄했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접촉자로 분류된 52명은 진단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의료진은 자가격리, 입원 환자 43명은 코호트 격리됐다.

한 달 전 대형병원 응급실이 연달아 폐쇄된 대구·경북에 이어 수도권도 원내 감염이 확산되자 주요 병원들은 급히 감염 예방 대책을 재정비했다.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자가 전체 환자의 70% 이상인데다 병원이 폐쇄되면 치료가 급한 환자들이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실상 의료체계의 대혼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날 서울성모병원은 의정부성모병원을 거쳐 내원한 환자 1명을 파악해 진단검사를 실시했는데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성모병원은 환자의 잠복기,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도 대비해 대구·경북, 해외입국자, 감염발생 병원에서 온 환자들은 입원 시 진단검사에서 음성을 받더라도 별도 병동에 수용해 1인실에서 2주간 격리치료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앞으로 입원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인, 보호자도 입원 단계에서 함께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대구·경북 일부와 2주 이내 해외방문 또는 요양병원 등 타병원 입원이력 환자에 대해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입원환자 전수검사에 대해서는 인력, 장비 여력을 고려해 현재 논의 중이다.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보호자는 6일부터 전수검사한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원한 환자, 보호자의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기본 수칙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며 “병원을 자주 드나드는 간병인들의 진단검사 실시, 감염 예방을 위해 정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