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CJ그룹의 ‘효자’ 사업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극장 식품 유통 등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장 부문인 CJ CGV는 쏠쏠한 이익을 냈고 연초엔 영화 ‘기생충’으로 CJ ENM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CJ대한통운 택배 부문 수입이 기대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을 비롯한 8개국에서 579개 극장, 4163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CGV의 지난해 매출은 1조9423억원이었고 연간 영업이익은 1232억원이었다. CGV가 진출한 해외의 박스오피스가 증가하면서 매출은 10% 가까이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58.6% 증가했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CGV는 국내외 영화 흥행 속에 순항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중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고 1월 24일 중국 전역의 상영관이 영업정지됐다. 이어 3월 17일 터키의 상영관 영업이 잠정 중단됐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부분 휴업에 돌입했다. 세계적인 팬데믹 국면에 신작 개봉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1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국내 관람객 수는 256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6% 감소했다. 3월 기준 관람객은 85%가량 급감했다. 직영점 116개관 중 35개 극장에 대해 영업중단을 결정했고, 나머지 극장도 상영회차를 축소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CGV가 1분기 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2분기엔 700억원대 손해를 볼 거라고 전망한다.
수년간 업황 악화로 고전하던 ENM은 반등 기회를 얻었다. ENM이 투자·배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월 중순 아시아 최초로 대중영화 업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난해 영화 ‘극한직업’ ‘엑시트’ 등 흥행작을 배급해 부활 조짐을 보인 CJ ENM이 기생충 수상으로 국내외에서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의 명성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25년간 300편 이상의 영화에 투자·배급한 노력을 일시에 보상받았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당시 CJ 관계자는 “ENM은 2010년 전후만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해서 경영 컨설팅을 받으면 항상 매각 대상으로 지목됐다”며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ENM은 그동안 사내에서 받은 설움을 다 씻어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ENM이 운영하는 방송 사업 타격이 커지고 있다. TV 광고 매출 부진 등으로 OCN과 엠넷 채널의 신규 프로그램 편성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음악 사업은 아티스트 프로그램 제작 부담이 커 지지분진하다. ENM에서 지난해 TV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6.2%였다. 광고 매출이 줄면 수익 구조 악화는 물론 신규 투자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증가하면서 대한통운 국내 택배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택배 물동량의 증가로 대한통운의 1분기 택배 처리량을 3억6700만박스로 예측한다. 전 분기에 비해 19.8%로 증가한 규모다. 생필품 온라인 구매증가로 택배가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언택트 소비 패턴이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내 택배 부문 매출 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택배는 전체 매출 중 약 25%를 차지한다. 대한통운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물류 물량이 감소하고 고정비가 증가해 채산성 악화가 예상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국내 택배 수익분이 해외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외출 자제로 가정간편식(HMR) 소비가 늘면서 CJ제일제당은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반면 개학이 4월 이후로 늦어지면서 식자재 유통을 하는 CJ프레시웨이는 매출 감소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다른 CJ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는 일부 사업 부문이 선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코로나19가 각 사업에 주는 전반적 영향을 위기로 본다”며 “각 계열사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사업 방향을 재점검 중”이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