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화 벗은 양동근 “‘쏘리’ ‘땡큐’ 연발한 선수생활…후회는 없다”

입력 2020-04-01 17:37 수정 2020-04-01 17:45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 중 유재학 감독이 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아쉽다는 마음 갖기 전에 오늘 열심히 하자, 오늘 부상 입어서 못 뛰더라도 어제 열심히, 오늘 열심히 한 것 가지고 만족하자 생각하며 뛰었다.” 그는 은퇴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빨개진 눈에는 눈물이 계속 고였다. 그를 가르친 은사, 함께 뛴 동료들은 꽃다발을 안겨준 뒤 감싸안으며 하나같이 마스크 너머 눈주름이 가득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국 농구의 심장’ 양동근(39)의 은퇴 기자회견은 따뜻했다.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 5층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내와 아들·딸을 비롯해 프로 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을 지도한 유재학(57) 현대모비스 피버스 감독, 팀 동료이자 주장 함지훈(35)과 한양대 시절과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한 조성민(36) 등 후배도 참석해 축하를 나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른 동료 선수와 팬들이 함께할 수 없었음에도 기자회견장은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양동근은 이날 익숙한 현대모비스 선수복에 농구화 대신 정장에 구두 차림으로 회견장에 나타났다. 구단 관계자들과 감독, 동료 선후배와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말문을 땐 그는 “솔직히 (코로나19로) 이렇게 마무리되어 아쉽다”고 말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 33번 달고 뛰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3번은 그가 과거 외국인선수로 함께 뛰었던 팀 동료이자 ‘절친’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다. 양동근은 “원정을 가도 우리 팬분들이 홈팀 팬들보다 더 소리를 질러주셨다. 그런 함성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양동근은 자신의 선수생활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로 ‘쏘리’와 ‘땡큐’를 꼽았다. 자신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도와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패스를 잘 못넣어서 미안하다고 ‘쏘리’라고 말하고 또 그 선수들이 준 패스를 못 넣어서 ‘쏘리’라고 많이 했다”며 “나는 패스를 잘하는 가드가 아니다, 너희들이 잘 움직여서 슛 쏘라고 이야기해도 동료들은 다 이해하고 믿어줬다. 모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사 유재학 감독과의 일화도 털어놨다. 양동근은 “신인 시절 팀에 남은 등번호가 3번과 6번뿐이라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야 6번 해’라고 해서 달았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직접 말씀은 안 하셨지만 감독님이 선수 시절 달았던 번호가 6번이라서 달게 하셨던 것 같다”며 웃었다. 유 감독도 “동근이가 알고 있는 게 맞다. 제가 은퇴를 빨리하기도 했기 때문에 제 번호를 꼭 달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6번을 달게 했다”고 답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양동근은 ‘함께할 때 좋았던’ 선수라고 답했다. 그는 “팬 분들께는 ‘저 선수가 있을 때 믿음이 갔다, 열심히 뛰었던 선수다’하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면서 “선수들에게는 ‘아 저 선배 또는 동생이랑 뛰었을 때가 참 좋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그 선수는 성공한 농구인생을 보낸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