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가부, “봉쇄 기간동안 집에서 화장하라” 권고했다 사과

입력 2020-04-01 16:59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수칙이라며 봉쇄 기간 집에서 남편에게 잔소리하지 말고, 화장하고 있으라고 여성들에게 권고하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일간 더스타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여성 코로나19 예방’(#WanitaCegahCOVID19) 해시태그를 단 몇 장의 포스터를 1일 올렸다.
말레이시아 여가부가 집에서 화장하라 권고한 포스터.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SNS 캡처

첫 번째 포스터에는 간편복 차림으로 집에 있지 말고, 화장하고 옷을 갖춰 입으라고 돼 있다.
말레이시아 여가부 "남편이 잘못했을 때 유머 섞어 말해야". 빨간 상자 안에는 '도라에몽'이 적혀 있다.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SNS캡처

두 번째 포스터는 부부가 빨래를 너는 그림과 함께 “남편이 잘못했을 때 잔소리를 피하고, ‘도라에몽’의 익살스러운 목소리를 흉내 내서 말해라”고 적혀 있다.
말레이 여가부 "화나면 숫자부터 세고, 비난 말라".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SNS 캡처

마지막 포스터엔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는 그림과 함께 “남편이 집안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고 가르쳐라”고 여성들에게 권고했다.

포스터를 본 네티즌들은 ‘시대착오적, 성차별적 포스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화장하거나 도라에몽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코로나19 예방’과 관련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여성 네티즌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갇혀 있으면서 가정 폭력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여성부라면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화장할지를 알려줄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 대책을 내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장관은 포스터가 논란이 되자 “앞으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며 사과하고, 해당 포스터를 삭제했다.
31일 쿠알라룸푸르 도심에 있는 한 집에서 주민이 마스크를 쓴 채 집밖을 내다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머지 한 달 동안 대중에게 제한적인 이동 명령을 내렸다. 【AP 뉴시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동제한령이 길어지면서 고용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 집안에서 24시간 생활하는 데서 오는 갈등으로 가정 폭력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 학대 피해자를 돕는 ‘핫라인’ 전화가 이동제한령 시행 후 2000통 이상 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기준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766명, 사망자는 43명이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