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지시로 지난해 1월 수원여객 대주주인 S캐피탈에 돌연 기한이익상실(EOD·만기 전 대출금 회수)을 통보했던 회계법인 측이 “매우 이상한 EOD였다. 말도 안 되는 걸 했던 것 같다”고 1일 국민일보에 밝혔다. 당시 이 회계법인 측에 EOD 발송을 지시했던 이는 현재 잠적 중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다. S캐피탈이 317억원을 상환해 EOD를 방어하자 라임 관련자들은 “계획이 틀어졌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한다.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라임을 대리해온 J회계법인의 A이사를 지난달 중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라임 관련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각종 계약과 자산관리를 돕던 J회계법인을 상대로 여러 법인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정황들과 관련된 진술을 청취했다. 검찰은 수상한 자금흐름이 발생한 법인들을 이미 여럿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이사는 “자금 세탁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J회계법인은 현재 161억원 횡령 사태로 비화해 있는 라임의 수원여객 탈취 시도 당시 라임의 지시로 EOD를 발송했었다. 이 EOD는 S캐피탈의 수원여객 인수 당시 돈을 빌려줬던 라임이 갑자기 “상환 능력이 없어 보인다”며 이틀 내에 317억원을 상환하라고 독촉하는 내용이었다. J회계법인은 이 EOD를 발송할 때 그저 ‘갑’인 라임의 요구에 따라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A이사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고, 처음에는 공익제보에 따른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J회계법인 측이 내부 고발이라 생각했던 이유는 EOD 발송에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모(42)씨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A이사는 “당시 김씨가 EOD를 의도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S캐피탈 몰래 수원여객 자금 161억원가량을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실소유 법인 등을 통해 빼돌린 상태였다. 김씨는 S캐피탈이 다른 사모펀드 자금을 끌어와 EOD를 방어하자 본인의 말과 달리 돈을 돌려놓지 않고 괌으로 도망쳤다.
이때 김 전 회장은 S캐피탈 측에 연락을 취해 “해외 도피한 김씨를 위해 ‘면책 합의’를 해 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다시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S캐피탈 측은 그와 같은 합의의 실효성도 의문이며, 약속을 할 경우 횡령 사태에 휘말릴 것으로 보고 응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이후 경찰 수사를 받다 지난 1월 잠적했다. 그는 ‘와츠앱’을 사용해 최근까지 주변과 연락을 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J회계법인은 EOD를 보내던 당시에는 S캐피탈과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미안한 일이라고 했다. A이사는 “전후 사정을 잘 몰랐다” “EOD같지 않은 EOD였다”고 했다. A이사에게 EOD 발송을 말한 이는 표면적으로는 라임의 B본부장이지만, B본부장 역시 이 전 부사장의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라임과 얽힌 법인들에서 자금 횡령이 잇따르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수원여객 사건 등에 김 전 회장 등 라임 관련 인사들의 역할이 있었음을 파악하고 피해자 측을 조사하는 등 물밑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인력을 보강해 김 전 회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허경구 정우진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