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18개월 후에도 힘들어” 전문가들

입력 2020-04-01 16:35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재창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18개월 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18개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잡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TV로 중계된 제약업체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백신이 3∼4개월 안에 준비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직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1년에서 1년 반은 걸릴 것이라고 반박해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CNN이 31일(현지시간) 인터뷰한 의학 전문가들은 12~18개월조차도 짧은 기간이라고 반박했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호테즈는 교수는 "파우치 소장 얘기는 낙관적 예측이며, 엄청난 천운이 따른다면 모를까 1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예로 지난달 16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고 알려진 백신 연구가 시작됐다. 27일 시애틀과 애틀랜타에서 1차 임상이 진행되기도 했다.

보통 1차 임상에서는 소규모 집단에 백신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확인하고, 2차에서는 이를 확대해 위험군을 포함, 수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3차 단계에서는 최대 수만 명까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다. 단계별로 임상 참가자의 면역 반응 등 상태를 최소한 1년은 추적 관찰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백신 개발에는 통상 8∼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해가 가혹할 수 있다.1960년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은 질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유아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1976년에는 돼지독감 백신을 4500만명에 투여한 결과 450명에서 면역 체계가 신경을 공격하는 길렝-바레 증후군(GBS·Guillain-Barre Syndrome)이 발생해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안전 문제 때문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26년이 걸렸고, 2019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은 5년 만에 콩고민주공화국 등 상황이 심각한 국가에서만 사용토록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2016년이 돼서야 백신의 시험 사용 단계로 들어갔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백신 시험 단계를 거치지 말고 곧바로 투약하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러나 나쁜 바이러스보다 더 나쁜 게 한 가지 있다면 바로 나쁜 백신"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