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보면 진압” 이스라엘, 특공대 파견…美 목사는 체포

입력 2020-04-01 15:58 수정 2020-04-01 15:59
예루살렘의 미 쉬림은 극보수 정통교인들인 하레디 종파의 오랜 거주지역으로, 최근 방역 당국으로부터 코로나 전파의 온상지로 지목받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정부의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하레디 교인들이 집회 모습. AP연합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집단예배를 강행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핫스폿으로 떠오른 초정통파 유대교 거주지역에 이스라엘 당국이 특공대를 파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교구들에 특공대를 배치하고 순찰용 헬리콥터를 띄우는 등 거리를 통제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초정통파 랍비 출신으로 코로나19 초기 국면부터 방역 통제에 소홀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야코프 리츠만 보건장관은 “누구도 예외 없이 (코로나19 관련) 규제 및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주민의 무력충돌도 발생했다. 예루살렘 메아 시르림의 경찰들은 예배당에 모인 주민들을 훈방하다가 젊은 정통파 유대교인 남성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 30여명이 100m 이상 외출금지 조치를 위반해 벌금 1400달러를 물었고, 해당 지역에는 군 순찰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정통파 유대교(일명 하레디) 교도들은 10인 이상이 모이는 예배·주거 전통을 고집해 이스라엘에서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근거지로 지목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해당 종파들은 미국 뉴욕, 뉴저지와 영국 런던 등지에서도 유사한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등 방역 수칙 위반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폐쇄 조치된 유대교 회당을 출입한 교인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연행하는 모습. AFP연합

이스라엘에서 강력한 방역 조치는 이미 2주 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거주지 100m 내로 외출이 제한되는 등 극도로 엄격한 통제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주민들은 규제를 잘 따르고 있지만 종교·문화적으로 고립된 초정통파 유대교도들 사이에서는 방역 조치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이 집단예배 금지 등 정부의 방역 조치에 항의하던 정통 유대교인들을 연행하는 모습. AP연합

이들은 침실 2개인 소규모 아파트에 10~12명의 대가족을 꾸리며, 신학교·회당·종교용 목욕탕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하루에 수차례 단체기도를 하는데 보통 10명 이상이 모인다. 또한 다수가 스마트폰과 대중매체를 거부하며 정부를 불신해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

의료센터장인 보티 라비드는 “이런 정교회 집안에서는 코로나19 감염률이 50%도 넘을 것”이라며 “이미 정교회 내의 감염률은 이스라엘 일반 인구의 4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채널 12 뉴스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의 절반 이상은 하레디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감염자수는 4800명 이상이며, 19명이 사망했다.

정부 지침을 어기는 종교단체에 대한 제재는 미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플로리다주 당국의 집회 금지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로드니 하워드-브라운 목사가 체포된 데 이어 지난 31일에는 대규모 집회 금지 명령을 어긴 루이지애나 마크 앤서니 스펠 목사가 기소됐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