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코로나 봉쇄’로 고향으로 가기 위한 고난의 행군

입력 2020-04-01 15:53
3월 28일 한 인도 이주 노동자가 인도 뉴델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버스에 오르기 위해 버스창문에 몸을 우겨넣고 있다. 【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3억명의 봉쇄령을 내린 인도에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봉쇄로 일자리를 잃은 도시 빈민 60만명이 고향으로 대이동을 시작되면서다.

AP통신에 따르면 1947년 영국 독립 직후 벌어진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후 최악의 혼란이 인도를 덮쳤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전쟁 난민과 맞먹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인도 서북부 하리아나 주(州)에서 거주하던 시브 쿠마리(50)는 정부의 봉쇄령이 떨어진 지난 25일,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났다. 집주인의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 때문이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쿠마리는 “지난 5일을 쉬지 못하고 걸었다”고 말했다. 그와 28살 된 아들은 짐을 싸서 900㎞를 걸었다. 고향까지는 아직 110㎞를 더 걸어야 한다고 한탄했다.
29일 인도 이주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뭄바이 푸네 고속도로를 따라 마을로 걸어가고 있다. 【AP 뉴시스】

며칠 째 비스켓과 물로만 배를 채우며 걷는 이들이 평소 인적이 드물었던 인도의 고속도로 곳곳을 채웠다며 매체는 전했다. 슬리퍼를 신고 수백㎞를 걷는 젊은이들과 산더미같은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여성들도 있다. 어린 아이들을 목마 태운체 이고 가는 젊은 부부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내린 인도의 봉쇄령에 갑작스럽게 일자리가 사라진 도시 빈민들은 당장 임대료도, 먹을 거리도 살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막막한 이들은 하는 수 없이 고향행을 택했다. 그러나 봉쇄령으로 인해 기차의 운행 횟수는 축소된 상태다. 버스 역시 발디딜 틈 하나 없이 만석이다. BBC는 수도인 델리의 시내 버스터미널에 버스가 등장하는 순간 수백명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든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인도 뉴델리의 버스 정류장에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 전역에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31일 인도최고법원은 "약 50만명에서 60만명이 도시에서 마을로 걸어가고 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AP 뉴시스】

인도최고법원은 정부에 31일 “약 50만명에서 6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고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각지에서는 두 발로 걷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시민들의 사망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주에는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북부 라자스탄을 향해 이동하던 4명의 시민이 주 경계를 넘던 중 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봉쇄령을 지키기 위해 횟초리로 구타를 일삼는 경찰의 횡포도 이들에게는 고통이다. 경찰은 “단지 사람들을 관리하려고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델리 주는 “도시를 떠나지 말라”며 주정부 차원의 임대료 삭감조치를 내놨다. 이어 델리 내에 568개의 식량보급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28일 한 어린 소녀가 인도 뉴델리 버스터미널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짐 위에 누워 쉬고 있다. 【AP 뉴시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봉쇄령으로 빈민층의 삶에 어려움이 초래됐다”면서도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경한 조치가 필요했다”며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 기준 인도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97명, 사망자는 35명이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