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숫자를 처음으로 확진자 통계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 중국 통계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국내 현황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신규 무증상 감염자는 130명이고 지금까지 발표된 누적 무증상 감염자 수는 1366명이다.
무증상 감염자는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을 확진자에 포함시켜온 세계보건기구(WHO)나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그동안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뒤늦게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한 건 제2·3차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후베이성에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허난성, 간쑤성 등으로 돌아와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공개한 신규 무증상 감염자 130명은 공식 확진자 36명의 3.6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로써 하루 발생한 확진자 숫자는 166명이 됐다. 중국의 코로나19 증가세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뒷북’ 통계 기준 수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무증상 감염자들이 그간 일상생활을 하며 얼마나 많은 숫자를 전염시켰을지 알 수 없는 만큼 중국의 실제 확진자 규모가 정부가 발표한 8만명대인지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중국 위생건강위는 지난 2월 13일에도 갑작스레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임상적으로 감염 진단을 받은 환자까지 집계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확진자 판정기준을 바꿔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폭증한 신규 환자 수를 공개했다. 일찌감치 확진자로 분류됐어야 할 환자들을 뒤늦게 통계에 포함시킨 셈이다.
그런데 기준 변경으로 계속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일주일 만에 다시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환자 통계에서 제외시켰다. 통계 방식의 재변경은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급속하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결과를 만들었다.
중국이 그동안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무증상 감염자가 사망한 경우나 병상 부족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람이 많다는 의견이다.
해외 언론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3일 “4만3000명의 무증상 감염자 통계가 누락됐다”고 주장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에서 확진자의 3분의 1 가량은 무증상 감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