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토트넘 회장 “올여름 이적시장, 거품 안돼”

입력 2020-04-01 13:19 수정 2020-04-01 13:35
EPA연합뉴스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27)이 소속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58) 회장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돈을 풀지 않을 계획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근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상황을 우려하는 취지지만 이전부터 ‘구두쇠’로 알려진 인물의 발언이라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과 주축 선수의 추가이적설로 골머리를 앓아온 터라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

레비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여름 이적시장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며 “정신 차리고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78만6000명이 감염되고 3만8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죽었다. 세계 상당 지역이 폐쇄됐다. 축구는 거품 속에서 계속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예년처럼 무리할 정도의 거액을 주고받는 영입을 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토트넘은 최근 주축 공격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해리 케인(26)이 이적 가능성을 언급해 뒤숭숭한 분위기다. 케인은 지난달 29일 인스타그램 실시간 인터뷰에서 “토트넘을 사랑하지만 우리가 팀으로서 발전 못하거나 옳은 방향으로 간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구단을 위해 남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야심있는 선수다. 기량을 발전시켜 최고의 선수 중 하나가 되려 한다. 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팀으로서 어떻게 발전할지에 달렸다”며 “영원히 머무른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케인의 발언은 토트넘이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머잖아 팀을 떠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케인의 측근을 인용해 “그의 의도는 발언 그대로다. 토트넘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결단을 내리겠다는 것”이라며 “돌려 말하려는 것도,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려는 수작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케인의 행선지로는 최근 전력강화에 열을 쏟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혹은 맨체스터 시티가 거론된다. 최근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 유벤투스 등도 후보지다.

다만 현지에선 케인이 다음 시즌까지는 팀에 남아 주제 무리뉴 감독과 합을 맞추려 시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디애슬레틱은 “확실한 건 케인이 당장 떠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라면서 “설사 케인이 떠나고 싶어해도 이미 계약이 2024년까지 체결되어 있고 레비 회장도 그를 전혀 팔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레비 회장은 과거 주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現 인터밀란)이 공개적으로 이적의사를 여러 번 비쳤는데도 계약 만료 직전인 지난 1월까지 붙잡아둔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여름 제대로 된 영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케인을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케인 이외에도 토트넘에서 잔뼈가 굵은 수비수 얀 베르통언(32) 역시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스페인 라리가 FC 바로셀로나 등으로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베르통언은 올 시즌 경기 중 이른 교체를 당하는 등 입지가 줄었지만 팀 내에 그만한 무게감을 지닌 대안도 없는 터라 또 다른 대형 수비수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전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외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지불하며 데려왔음에도 무리뉴 감독의 눈밖에 나며 ‘먹튀’로 전락한 탕귀 은돔벨레(23)도 방출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레비 회장은 이날 함께 구단 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그는 “구단 운영에는 연간 예산 수억 파운드가 든다. FC 바로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도 예산을 줄였다”며 “우리도 어제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임원과 직원 550명의 4∼5월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클럽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후원사들은 사업을 우려하고 있고, 미디어 협력업체들도 언제 경기가 다시 열릴지, 우리가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도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