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프로야구 ‘4월 개막’ 강행… 세계 빅4 중 가장 먼저 기지개

입력 2020-04-01 12:42
중화직업봉구대연맹의 2020시즌 대만 프로야구 로고. 뉴시스

대만이 세계 프로야구 ‘빅4’ 중 가장 먼저 ‘플레이볼’을 외친다. 한국·미국·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더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오는 11일 개막을 결정했다. 이미 5월 개막을 확정한 미국, 이달 하순에서 추가 연기를 검토하는 한국·일본보다 1달가량 빠르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일본 스포츠지 데일리스포츠는 지난 31일 “중화직업봉구대연맹(CPBL)이 4월 11일 개막을 결정했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연간 입장권을 보유한 관객을 경기당 150명 이하로 제한하는 선에서 관중석을 개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PBL은 대만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단체다.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지난 31일을 기준으로 306명, 사망자 수는 5명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안심할 수 없지만 한국,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코로나19 확산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 정부는 검역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고 3만3000달러(약 40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고강도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세계에서 주목을 받을 만큼 성공적인 방역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완화했지만 아직 야구장을 개방할 만큼 안심할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초 ‘4월 20일 이후’로 잠정했던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 시기를 ‘4월 말, 혹은 5월 초 개막’으로 목표를 연장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이미 5월 개막을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따라 개막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16일을 기해 ‘8주간 50명 이상의 모임 자제’를 권고한 CDC의 지침을 적용하면 메이저리그는 5월 11일까지 개막을 연장하게 된다. 지난 27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은 이미 지나갔다.

일본 프로야구는 목표로 삼았던 오는 24일 개막이 무산됐다. 양대 리그 중 하나인 퍼시픽리그 6개 구단 대표자들이 전날 화상회의에서 예정된 일정의 개막을 포기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오는 3일 코로나19 대책 수립을 위한 사무국 및 12개 구단 대표자 회의를 열고 개막 시점을 최종 검토할 계획이다.

CPBL은 ‘4월 야구’에 대한 의지 표현으로 파란색으로 쓴 ‘CP’와 녹색을 칠한 ‘BL’ 사이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를 형상화한 로고를 변경해 공개했다. 타자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는 동작으로 변형됐다. 팬에게 재미를 선사하면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CPBL은 장내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기로 했다. 관객의 좌석 간격을 비워 1m 이상 떨어뜨리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소리를 내는 응원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장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을 대비해 출입로의 신분증 검사는 강화된다. 당연히 체온 측정도 이뤄진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