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가 시 홈페이지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의 이동 경로를 비공개로 전환한다고 1일 밝혔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는 낙인이 찍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지역 상권을 되살리려는 조처다.
시에 따르면 속초에선 지난 2월 시민 2명이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은 즉시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시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이동 경로를 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현재 속초지역 1, 2번 확진자는 지난달 4일 모두 완치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과정을 거쳐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로공개로 인한 피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확진자가 이용했던 식당, 커피숍, 약국, 미용실, 판매점 등은 일정 기간 폐쇄조치와 시의 방역, 자체방역을 거쳐 청정업소 확인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가 이용한 업소 중 한 식당은 방송에서 소개된 뒤 유명세를 탔지만 확진자 동선이 알려진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이런 현상은 해당업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대 상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당 점주는 “확진자가 다녀가기 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아예 손님이 없다”며 “지역 상점들도 장사가 되지 않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러한 영향이 홈페이지에 남겨진 이동 경로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첫 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조회는 2만2000여회, 두 번째 확진자는 2만8000회가 조회됐다.
이에 따라 시는 1일부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1, 2번 확진 완치자의 이동 경로를 비공개로 전환한다. 다만 개인 등이 개별적으로 경로공개를 요구할 시에는 적극적으로 해당 자료를 전달해 불안감을 해소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동 동선에 포함된 영세업체들이 주민과 관광객의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힘과 동시에 최근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도 더해져 코로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내린 결단인 만큼 시민과 관광객 여러분의 이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