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각성해야 할 기독교가 왜 이러나

입력 2020-04-01 10:41 수정 2020-04-02 14:13
이성심 부산소망교회 집사
(전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사무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 세상이 전쟁이다. 집 밖에도 못 나오게 하고 차도 못 다니고 비행기도 못 뜨게 하는 이런 정도의 전염병은 중세 흑사병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초기에 방역을 잘하고 전문의료진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은 사이비종교집단 신천지에서 코로나19를 확산시켰는데 일반인들은 신천지가 뭔지도 모르고 정통 기독교와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부에서 그토록 대중이 모이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일부 대형 교회와 작은 교회에서 이를 거부한 점이다. 신천지와 만민중앙교회 같은 사이비·이단 외에 정통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여론의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하루 사망자가 1000명 넘게 나오는 나라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달 15일 대중모임을 2주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며 법적 제재까지 거론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을 비롯해 여러 교단에서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일리가 있는 비판이지만,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이 있을 때도 주일예배에 목숨을 걸었다’는 언급은 너무 지나치다. 한 달을 넘게 학교 갈 학생들이 입학과 개학을 못하는 상황이니 2주간 현장예배 자제 요청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운운하는 것은 필자가 믿음이 없고 무지해서 그런지 몰라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욱 비난받고 욕먹을 일이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는 벌써 한 달 넘게 영상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서울의 대형교회는 얼마나 영상실이 잘 돼 있을 것인가. 성가대와 교역자, 장로, 권사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모습을 촬영해 기독교방송국에 넘겨주면 될 텐데 정부 권고를 어기면서 현장예배를 고집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예배 중단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작은 교회들은 재정이 탄탄한 대형교회에서 지원하면 좋겠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우리 믿는 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함에도 교회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 이상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되지 않고 전도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교회가 정부의 행정 조치 대상이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도 현장예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일상이 회복돼 교우들이 본 교회에서 교우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