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백희나, 韓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입력 2020-04-01 09:43

그림책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49·사진) 작가가 31일(현지시간) 아동문학계 최고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백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영화 같은 그림책을 통해 외로움과 결속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감각적이고 아찔하면서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백 작가는 독창적인 기법과 예술적인 해법을지니고 있다”며 “그의 작품 속 모든 이야기에는 아이의 관점과 놀이와 상상이 갖는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백 작가는 스웨덴 일간지 DN과의 인터뷰에서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매우 놀랍고 행복하다”며 “내 자신이 아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스웨덴 정부가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자국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2년 만든 상이다. 상금은 500만 크로나(약 6억460만원)이며, 올해 심사엔 67개국 240명이 후보에 올랐다.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한 백 작가는 2004년 ‘구름빵’을 출간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이듬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다. ‘구름빵’은 고양이 남매가 하늘로 떠올라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아빠에게 구름빵을 선물하는 내용으로 TV 콘텐츠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백 작가는 이 작품 탓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출판사에 저작권을 모두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어 저작권료 등을 받지 못했다. 백 작가는 출판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백 작가는 DN과의 인터뷰에서 “소송은 내가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상이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시상식은 매년 6월 1일 스웨덴 스톨홀롬에서 열리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