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 외교안보 싹 바꾸겠다”…천안갑 신범철 [선거는 처음이라]

입력 2020-04-01 06:00
신범철 미래통합당 천안갑 후보가 30일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인근에서 지역주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신범철 후보 캠프 제공

모든 처음은 처음이라 다르다. 역대 최악 소리를 듣는 20대 국회지만, 그들도 처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을 땐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배지를 달더니 싹 달라졌다. 4·15 총선판에 뛰어든 ‘초보 정치인’들의 초심은 또 어떻게 변할까. 선거는 처음이라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처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1월 말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체중이 10㎏이나 빠졌어요. 살 빠지는 걸 보고는 중학생 막내아들이 ‘선거운동도 운동은 맞네’라고 하더군요.”

신범철(50) 미래통합당 천안갑 후보는 지난 30일 충남 천안 번화가인 천안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일대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그는 처음 뛰는 선거전에 매일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를 다니면서 살도 빠지고 얼굴도 새까맣게 탔다.

신 후보는 얼굴이 보이는 투명마스크를 쓰고, 이름이 쓰인 하트 모양 대형 피켓을 몸에 걸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신 후보는 한 발 떨어져서, 손가락으로 숫자 2를 펼치며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신 후보를 알아본 한 60대 여성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열심히 햐. 잘 될 겨”라고 격려했다. 다른 지역주민도 “방송에서 봤었다.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범철 미래통합당 천안갑 후보가 30일 충남 천안 선거사무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범철 후보 캠프 제공

신 후보는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립외교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등 공직과 민간을 넘나들며 외교안보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외교안보 분야 자타 공인 전문가로 주요 방송사 토론 및 대담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가 아닌 정치 신인으로 변신한 신 후보가 경험한 현실은 냉혹했다. 신 후보는 “후보 등록 후 첫 유세에 나섰을 때 50명 중 1명꼴로 나를 알아봐 충격을 받았다”며 “외교안보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을 해왔고, 방송 출연도 많았기에 인지도에선 자신감이 있었는데 현실 정치는 다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F학점으로 낙제”라며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는 실종됐고, 국익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남북 대화에만 집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교안보 정책 관련 의견을 많이 냈지만, 문재인정부는 일방통행을 이어갔고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며 “그래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바꿔 보겠다고 생각했다”고 정계 입문 결심을 밝혔다. 앞서 그는 소신대로 말하기 위해 정년이 보장되는 국립외교원 교수직을 2년 전 그만뒀다.

신범철 미래통합당 천안갑 후보가 30일 충남 천안 천안터미널 인근에서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범철 후보 캠프 제공

신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정치인을 꿈꾼다”며 “능력은 기본이고, 가까이서 함께하는 친절하고 겸손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 후보는 국회에 입성한다면 1호 법안으로 ‘탈북자 강제송환 방지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탈북자 2명을 돌려보냈는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한국에 들어온 이상 우리 국민으로 봐야 한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출신이다. 외교안보 전문가, 영입인재 출신들은 비례대표 후보나 통합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신 후보는 통합당엔 험지인 천안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로 “정치를 하려면 지역구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봤고, 지역구에서 뛰려면 내가 자란 고향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고향인 천안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신범철 미래통합당 천안갑 후보가 30일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인근에서 지역주민에게 숫자 2를 펼쳐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신범철 후보 캠프 제공

신 후보는 코로나19 여파에 선거운동 기회가 제한돼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 후보는 “2000년 이후 16년 동안 민주당계서 국회의원을 해온 지역이라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마음을 알아주길 호소하는 게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편단심 짝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안갑 지역주민 김모(60)씨는 “신 후보 인상이 깔끔하고 좋아 아나운서 출신인 줄 알았다”며 “잘할 것 같아서 지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70대 남성은 신 후보에 대해 “잘 몰러유. 들은 게 없어유”라고 말했다.
신범철 미래통합당 천안갑 후보가 유세용 LED를 착용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신범철 후보 캠프 제공

충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갑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민주당계 후보가 승리했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17∼19대 때 천안갑에서 연거푸 배지를 달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박찬우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당선무효형을 받아 의원직을 내놓았다. 2018년 6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선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천안은 기업 유치 등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구도심이 있는 천안갑 지역은 발전에서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후보는 “천안이 제가 자라던 1980년대보다 인구가 3배 늘었는데 천안갑 지역은 낙후된 채 남아있다”며 “양 지사가 3선을 했는데 천안갑이 낙후됐다면 그 책임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의 상대인 문진석 민주당 후보는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양 지사의 복심으로 꼽힌다.

신 후보는 천안갑 지역 발전 공약으로 ‘2개의 1000’을 내걸었다. 미래 성장동력을 살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 천안 동남구 신부동에 있는 도솔광장에 대기업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교육여건을 개선, 1000명의 신범철을 육성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