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업계의 ‘알짜 매물’이 등장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에 인수합병(M&A) 2차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 5위 사업자인 현대HCN이 이동통신 3사 중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시장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만큼 시장 재편을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매각이 추진되는 현대HCN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134만5365명, 점유율 4.07%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의 뒤를 쫓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 지역 가입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고, 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알짜 업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케이블TV 업체 M&A가 활발할 때도 인수설이 제기되면서 차기 매각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매각전은 이르면 4월 경쟁 입찰 방식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매각 이유에 대해 “최근 유료방송시장 구도가 통신사업자의 IPTV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자체적으로는 시장 경쟁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를 앞세운 이통사 ‘3강 체제’로 개편이 완료된 상태다. 점유율 1위는 KT·KT스카이라이프로 31.3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순이다. KT가 합산규제 이슈에 발목이 잡힌 동안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CJ헬로, 티브로드를 M&A하며 덩치를 키웠다. 현대HCN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구도다.
이통 3사 중에서는 주머니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진 SK텔레콤이 M&A에 성공할 경우 2위 탈환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제 막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법인이 이달 출범을 앞두고 있어 당장 새로운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티브로드 인수 당시 정부로부터 최종 인허가를 받기까지 10개월이나 걸렸다는 점도 중요 고려사항이다.
최근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KT 역시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M&A에 욕심을 낼 수 있다. KT는 3위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지만 특정 사업자가 가입자 점유율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하는 합산규제로 인해 결국 흐지부지된 상태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일몰된 합산규제를 되살리기보다 사후규제를 강화하기로 전환하면서 명분도 생겼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에 이어 현대HCN까지 품게 되면 유료방송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HCN은 재무 상태도 나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매력을 가진 가입자가 많아 추후 연계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좋다”며 “이통 3사가 이런 ‘우량매물’을 두고 눈치 싸움을 치열하게 벌일 것” 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0일 현대HCN의 방송·통신사업부문을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케이블TV사업부문의 매각 추진을 검토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