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 지시를 받은 외국인 입국자가 잇따라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방침을 어긴 이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 법무부는 영국인 남성의 강제 추방을 검토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자가격리 대상 외국인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 보강, 언어 문제 해결 등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자가격리 대상자가 수칙을 위반해 논란이 된 사례는 31일까지 3건 정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는 전날 지역 내 거주하던 폴란드 남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남성은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자가격리 지시를 받았으나 2차례 무단 외출했다. 경기도 수원의 30대 영국인 남성은 입국 당시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5일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4개 도시를 이동하면서 총 23명과 접촉했다.
멕시코에서 출발, 미국 LA를 경유해 27일 입국한 미국인 남성도 입국 후 인천의 호텔에 머물다 확진판정을 받았다. 27일부터 미국발 입국자는 자가격리 의무 대상으로 호텔에 머무르는 건 자가격리 수칙 위반에 해당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공항 검역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까지 대기하는 시설 중 일부가 호텔”이라며 “이 남성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목적으로 호텔에 머물렀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자가격리 수칙 위반에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특히 1일부터 해외입국 외국인 중 국내에 거주지가 있는 외국인은 모두 자가격리 의무 대상이 돼 지자체가 관리해야 할 외국인 자가격리자 숫자는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입국 외국인은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 추방, 입국금지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외국인 입국자 관리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자가격리 중 해외유입 외국인 255명을 관리하고 있는 용산구는 모니터링 요원을 60명에서 100명으로 늘렸다. 영어·중국어 능통자로 외국인 전담요원도 14명 충원했다. 강남구도 러시아, 중국어, 포르투갈어 등 8개 언어능통자 등 50여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외국인이라도 전세계적으로 자가격리 수칙은 동일할 것”이라며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격리를 위해 자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감염 차단 대책도 마련했다. 내·외국인 구분없이 해외입국자의 자택 이동은 승용차를 이용한 귀가를 권장했다.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입국자 전용)를 이용하거나 광명역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간 후 고속철도(KTX) 전용칸에 탑승할 수 있다. KTX 탑승자는 각 지역 역사 등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귀가하거나 지자체가 별도로 수송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최예슬 황윤태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