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누가 될까. 남자부·여자부 공히 역사상 1번씩(남자부 2016-17 시즌 현대캐피탈 문성민·여자부 2005시즌 현대건설 정대영)을 제외하곤 1위 팀에서 수상자를 배출한 가운데 올 시즌 1위 팀 감독들도 각자 소속팀 제자들의 MVP 수상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다음달 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약식으로 시상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30일 마감된 30개 언론사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 MVP 선수는 이 자리에서 트로피와 상금을 전달받게 된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의 PICK: 나경복
“가능하다면 우리팀 선수가 MVP를 받으면 최고죠.”
올 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1위팀 우리카드에선 나경복(26)과 펠리페(32)가 MVP 수상 후보로 꼽힌다. 나경복은 5라운드 종료 기준 올 시즌 득점 6위(453점), 공격종합 5위(성공률 52.68%)를 차지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득점 1위, 공격종합에선 정지석(25·대한항공)에 이은 2위다. 큰 키(198㎝)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서브와 리시브 등 공·수 대다수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펠리페도 올 시즌 팀의 역사상 첫 10연승을 이끈 주역으로 득점 3위(614득점)를 기록하며 4라운드 MVP도 차지한 바 있다.
신영철 감독도 올 시즌 두 선수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펠리페는 팀에 중간에 합류했지만 많은 도움을 준 선수”라며 “한국전력이나 KB손해보험에 있을 때보다도 몸 상태가 좋았고 성실하게 훈련에 참여해줬다”고 밝혔다. 나경복에 대해선 “경복이는 198cm의 신장에 몸이 부드러운 편이라 서브와 공격이 괜찮다”며 “기본기나 게임운영능력에서 아직 보완이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테크닉이 향상된 건 기정 사실이라 다음 시즌엔 더 세련된 배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보려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두 선수 중 감독의 선택은 나경복이었다. 심리적으로 더욱 발전된 나경복의 모습을 다음 시즌에도 보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반영된 선택이다. 신 감독은 “경복이는 성격이 독하지 못하고 착해서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큰 상을 받는다면 자부심도, 자신감도 많이 올라와 다음 시즌엔 더 준비를 잘 하지 않을까 싶어 나경복을 뽑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의 PICK: 양효진
“당연히 정규리그 우승팀 선수가 (MVP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여자부 정규리그 1위팀 현대건설에선 양효진(31)과 이다영(24)이 유력한 MVP 후보다. 양효진은 리그 최고의 센터다운 모습을 올 시즌에도 보여줬다. 10년 연속 블로킹 1위(0.84개)에 센터임에도 득점 5위(409점)에 오르며 같은 팀 선배 황연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5000득점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이다영도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세터로 자리를 굳건히 하며 현대건설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다양한 각도로 빠른 볼 배분을 성공시키며 3년 연속 세트 1위(세트당 11.323개)를 달성했다.
이도희 감독은 대표팀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팀 성적에 크게 기여한 두 선수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시즌 전부터 두 선수가 대표팀에 나가 있어 뭔가 요구하거나 주문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는 상황이고, 부상까지 염려됐지만 기량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라 몸 관리를 잘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양효진을 ‘현대건설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이다영을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로 표현한 이 감독은 이어 “양효진은 블로킹과 공격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다영은 올 시즌 자신감이 굉장히 많이 붙어 볼 배분과 경기운영능력에서 지난 시즌보다 크게 발전했다”고 평했다.
그런 이 감독이 생각한 MVP는 양효진이었다. “디우프(27·KGC인삼공사)가 아무리 잘했어도 팀이 4위고 우리 선수들은 1위를 했다”며 웃은 이 감독은 “이다영 선수는 앞으로 MVP를 받은 날들이 더 많고 기회도 더 많아 양효진 선수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양효진 선수가 이번 시즌 용병이 부상 당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버텨줬기에 1위를 할 수 있었다”며 “올 시즌엔 황민경 선수가 주장을 했지만 양효진도 선수들을 잘 이끌며 도움을 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