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물컵 갑질’이 촉발한 진에어 제재 코로나19에 풀려

입력 2020-03-31 16:44 수정 2020-03-31 16:45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약 1년 7개월 만에 국토교통부의 행정제재에서 벗어났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촉발된 제재가 신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국토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면허자문회의 논의 결과 진에어 제재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에어 제재는 2018년 4월 조 전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을 뿌린 이른바 ‘물컵 갑질’로 여론의 공분을 사면서 시작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그해 8월 진에어가 미국 국적인 에밀리 조(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등기이사(2010~2016년)로 재직한 점을 들어 신규 노선 허가와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의 행정제재를 내렸다. 항공법에선 국가기간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을 이사로 두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진에어는 제재 이후 지난해 9월 경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자구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열린 면허자문회의에서 “경영문화 개선에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의 객관적·독립적 운영 등은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에 진에어는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강화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다시 마련해 이사회(2월3일·21일)와 정기주주총회(3월25일)에서 의결하는 등 진정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4분의1 이상‘에서 ’2분의1 이상‘으로 바꿔 명문화했다. 또 모회사인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해 한진칼 임원이 맡아온 기타상무이사를 폐지했다. 주주권익, 안전 등과 관련된 사항을 의결하는 거버넌스 위원회, 안전위원회도 설치했다.

하지만 정부의 제재가 풀린 데는 코로나19 여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진에어 행정제재가 길어질 경우 재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진에어가 국토부와 약속했던 경영문화 개선계획을 마련한 만큼 제재와 코로나19라는 이중고를 감안해 제재 해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진에어는 신규 노선 확보, 신규 항공기 도입, 부정기편 운항 등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진에어는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진에어는 “항공업계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해제 조치가 이루어져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독립경영체제 확립, 준법 경영,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 자구안을 잘 지켜 신뢰 받는 항공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 운항이 거의 멈춰진 상황에서 진에어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진에어의 개선안이 실제로 잘 이행되는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진에어가 제도를 마련했다고 해서 완벽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제도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정부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안규영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