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의 간판가드 ‘박또치’ 박혜진(27)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수에 통산 5번째 선정됐다. 여자프로농구 리그가 현 체재로 바뀐 이래 최다 수상 기록이다. 소속팀 아산 위비 우리은행의 위성우(48) 감독도 지도자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기자단 투표 결과 박혜진이 108표 중 99표를 얻어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여름과 겨울 정규리그를 통합해 단일리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2007~2008 시즌부터 따지면 유일무이한 기록이고, 여자프로농구 23년 전체 역사로 따져도 7회 수상 경력에 빛나는 ‘전설’ 정선민 전 코치 다음가는 횟수다.
박혜진은 올 시즌 우리은행이 치른 28경기 중 27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평균 14.7점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 중 3위였고 팀 내에서도 외국인 선수 그레이에 이어 두 번째 순위다. 경기당 평균 도움은 5.4개로 리그 전체에서 2위였다. 3점 슛도 54개를 성공시켜 리그 3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 선수단에서도 명실상부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박혜진은 데뷔 12년 차를 맞은 여자농구의 대표적인 스타다. 팀 동료, 감독과 팬들 모두에게서 ‘또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갈 정도로 득점과 도움 양면에서 다재다능한 데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선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공헌했다. 한때 친언니이자 전 팀 동료 박언주와 함께 자매 선수로 유명했지만 언니는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MVP를 포함한 상금 전액 1000만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곳에 기부한다. 박혜진은 “MVP를 이제 더 못 받을 거라 생각했다”며 “같이 도와주고 고생한 팀 동료들에게 고맙고 혼자 좋은 상을 받아 한편으로 미안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너무 힘들다 보니 사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이렇게 상을 받고 보니 흘린 땀과 결과는 비례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19로 시즌이 일찍 종료돼 속상하고 아쉽다”며 “짧게나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박혜진은 올해 2차 보상 자유계약(FA) 대상자 선수 중 최대어로 꼽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모든 FA 대상자들에 대한 원소속팀의 우선 협상 기간이 보장돼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보상 FA 2차 대상자가 1일부터 15일까지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박혜진은 “제도가 바뀌고 나서 처음 맞는 FA 시장이라 부담스럽고 걱정도 된다”며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도자상은 박혜진을 지도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차지했다. 개인 통산 7번째로 WKBL 역대 최다 횟수다. 올 시즌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위 감독은 과거 ‘만년 꼴찌’로 불렸던 우리은행을 역대 최강팀으로 재건, ‘우리은행 왕조’를 구축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대교체 시기가 와서 하위로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 위기의식이 팀에 활력이 됐다”며 “훈련량이 많은데도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통계 부문에서는 부천 하나은행 소속 포워드 강이슬(25)이 득점상과 3득점상, 3점 야투상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그는 리그 베스트5에도 올라 총 4개 상을 받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세대교체를 이끌 중심선수로 자리매김한 강이슬은 이번 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해 미국 여자프로농구 WNBA 진출 가능성이 크다. 이미 WNBA 구단 워싱턴 미스틱스와 훈련 캠프 참가 계약을 한 상태다.
신인선수상은 지난 1월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자였던 청주 KB 스타즈 포인트가드 허예은(19)이 받았다. 이번 시즌 9경기에 출장한 허예은은 출전 경기 수 규정에 따른 신인선수상 단독후보였다. 기량발전상에는 우리은행 소속 포워드 김소니아(26)가 꼽혔다. 루마니아 국가대표 출신인 김소니아는 올 시즌 득점과 도움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팀 1위에 이바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