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업계만 빼고…3월 기업 체감경기 ‘뚝’

입력 2020-03-31 13:17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이달 기업심리는 지난달에 이어 또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54였다. 지난 달(65)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전국 3696개 법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였는데,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곳이 부정적이라고 본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넘는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즉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지수가 56으로 한 달 전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3월(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 업황지수는 무려 15포인트 폭락한 41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탓이다. 운송장비와 반도체 설비 수주가 줄면서 기타기계·장비 업종(52)도 16포인트 급락했다.

23개 제조업 분야 가운데 펄프·종이 등 화장지 원료 업종만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국 등을 중심으로 휴지 사재기가 이어지고, 품절 우려에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업 등이 포함된 비제조업의 업황지수(32)도 11포인트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소비 급감으로 도소매업(45) 체감경기는 14포인트 급락했다. 이밖에 숙박업, 예술·스포츠·여가 업종, 항공산업이 속한 운수·창고업 심리도 모두 악화했다.

향후 전망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어두웠다. 전 산업 업황전망 지수는 16포인트 급락한 53으로 2009년 2월(53)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심리지수에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쳐 산출한 경제 심리지수(ESI)는 63.7이었다. 23.5포인트 급락하면서 2009년 1월(6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