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스포츠 달력 재편한 코로나19

입력 2020-03-31 12:42
일본 도쿄 올림픽 박물관에서 1964 도쿄올림픽 당시 사용됐던 오륜기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364일 뒤로 연기되면서 2021년 개최를 준비하던 세계 스포츠 이벤트도 일정을 대폭 조정하게 됐다. 올림픽 33개 종목 국제단체는 새로운 개막일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메이저 대회 개최일 변경 작업을 착수했다. 올림픽을 연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내년도 스포츠 달력을 재편한 셈이다.

프란체스코 리키 비티 하계올림픽국제연맹연합(ASOIF) 회장은 31일(한국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33개 종목 대표자들이 만장일치로 올림픽의 새로운 일정을 승인했다. 모두가 새 일정을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비티 회장은 국제테니스연맹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전날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 일본 정부, 도쿄도와 올림픽의 새로운 개막일을 2021년 7월 23일로 발표했다. 개막일은 당초 오는 7월 24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올림픽 폐막일은 내년 8월 8일, 패럴림픽 기간은 같은 해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로 순연됐다.

IOC는 도쿄 조직위와 합의한 뒤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었고, 마지막 단계로 ASOIF의 승인을 얻어 새로운 올림픽 일정을 확정했다.

2021년으로 예정된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로는 육상·수영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후신인 세계육상과 세계수영연맹(FINA)이 격년으로 개최하는 종목 최대 규모의 행사다. 두 종목에는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다. 하지만 두 연맹은 올림픽의 새로운 개막일에 지지 성명을 내고 세계선수권대회 일정 재편을 시작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우 내년 8월 6~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최가 예정돼 있다. 이는 올림픽 종반부와 기간이 겹쳐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세계육상은 성명에서 “모두가 유연하게 타협해야 한다.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와 협력해 2022년으로 개최 시기를 변경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내년 7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펼쳐진다. FINA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이 일정을 양보했다. FINA는 성명에서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와 일정 조정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 선수, 지도자, 각국 연맹, 후원사와 협의하겠다”고 다짐했다.

올림픽 33개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을 종주국으로 둔 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은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국 우시에서 개최되는 2021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시기를 5월에서 10월로 미뤘다. 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올림픽 개막 2개월 전에 개최하면 선수들의 부상 우려가 높아 우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와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와는 별도로 프로리그와 연간 메이저 대회의 일정 조정도 불가피하다. 다만 올림픽 개최 시기가 정확히 364일 뒤로 미뤄지면서 야구·축구와 같은 춘추제 종목의 프로리그 주관 단체는 올해로 편성했던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을 하루 안팎의 간격만 조정해 내년으로 옮길 수 있다. 올림픽을 예정된 개막일보다 45일 지연한 오는 9월, 혹은 봄을 노려 내년 5월로 변경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일정 편성 작업이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