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꿈의 무대였던 스페인 라리가로 진출한 기성용(31·마요르카)이 데뷔전만 치른 채 자가 격리 중이다. 스페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라리가도 무기한 중단된 상황. 6월 말까지 계약한 기성용이 다시 경기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프로축구 K리그 이적 무산부터 코로나19 상황까지 악재만 거듭되고 있다.
기성용은 3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자가 격리를 하면서 집에서 훈련하고 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며 “집에만 있는 게 힘들지만, 지금은 경기보다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30일 기준 스페인 현지의 확진자 수는 8만5195명으로 발원지 중국(8만147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7340명에 달한다. 마리아 테레사 드 부르봉 파르마(86) 공주가 코로나19로 숨진데 이어 코로나19 상황을 브리핑하던 페르난도 시몬 질병통제국장도 확진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 스페인축구협회(RFEF)도 지난 23일 라리가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기성용으로서도 애가 탈 만 하다. 그는 지난 7일 에이바르와의 리그 27라운드 원정경기에 교체 출전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시절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아 윗선에서 적극적인 키핑을 펼쳤고, 팀의 전담키커로 나서 프리킥을 처리하기도 했다. ‘패스 마스터’ 기성용이 미드필드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강조하는 라리가에서 활약할 거란 기대감도 컸다. 주전 살바 세비야(36·스페인)와 이두리스 바바(24·가나)가 연일 강행군을 펼쳐와 뛸 기회도 많은 상태였다. 코로나19가 그런 기성용을 멈춰 세웠다.
기성용은 “구단에서 개별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해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나아져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올해 들어 악재만 이어지고 있는 기성용이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친정팀 FC 서울을 통한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고, 서울과 과거 체결한 타 팀 이적시 위약금 조항 때문에 전북 현대행도 무산됐다. 아직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축구를 한국 팬들에 선보이고 싶었던 기성용은 “서울은 ‘나를 정말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다”며 “서울이 허락하지 않아 전북에도 갈 수 없었다”고 서운한 심정을 드러냈었다.
결국 한국보다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스페인 자택에서, 기성용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훈련만 홀로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가족들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한국은 확진자도 계속 줄고 있어 괜찮다”며 “오히려 가족들이 나를 더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