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란 안정적인 버스노선 체계 구축과 수준 높은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버스 운행 및 차량•노무관리는 각 버스회사가 맡고, 버스노선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것이다. 버스 회사의 수익금을 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족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수익성 있는 구간에만 편중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교통소외지역이나 대중교통 사각지역까지 확대 조정되는 효과 및 버스 회사들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가능하다. 회사 경영과 직원 처우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2004년 7월 1일 서울에서 처음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이후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주요 광역시와 제주도가 시행 중이다. 이후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 재정이 악화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각 지자체별로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재정지원금에 대한 일체의 법적성격을 ‘보조금’으로 전제하고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그에 대한 관리•감독 등 사후적 규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버스회사가 각 지자체로부터 지급받는 금액 중 그 법적성격이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손실보상금’에 해당한다. 그 점에서 각 지자체가 재정지원금을 ‘보조금’으로 간주해 일방적으로 재정지원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조치를 하는 경우 위법•부당한 행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해 진다. 각 지자체는 그동안 버스 준공영제 협약에 따라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에 관해 세부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각 금액의 성격에 따른 절차를 거쳐 지급하지 않고, 재정지원 예산을 단일 항목으로 구성해 각 버스업체에 포괄원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금의 법적성격을 모호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을 통해 재정지원금 증가의 모든 책임을 버스업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
2019년 7월 17일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계획’을 발표한 부산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 구조는 버스업체가 부산시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 시행 협약에 따라 운임(버스요금) 및 광고수익금 등 모든 수입금을 부산시의 수입금공동관리계좌에 입금해 공동 관리하고, 부산시로부터 운송원가 대비 운송수입 부족분에 대해 재정지원을 받는 체계이다. 민영제를 기본으로 하고, 정부 내지 지자체로부터 개별 정책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받는 ‘재정지원형 민영제’ 경우는 그 재정지원의 대상, 용도 및 금액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지원된다. 지원된 금액에 한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지방재정법」등에 따라 당초 지정된 용도에 맞게 사용돼야 하는 기속력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지원금에 관해 엄격한 관리•감독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서는 버스업체 전체가 참여하는 운송수입금 관리기구를 만들어 수입금을 공동으로 관리하게 된다. 버스업체별로 운영하는 노선별 수입과 상관없이 사전에 지자체와 공동으로 책정한 표준운송원가를 운행실적에 따라 배분하고 수입금이 그보다 적을 경우 적자액을 보상해주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 재정지원금을 당연히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보조금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사인에게 재산상 원조 명목으로 반대급부 없이 지급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금원이 버스업체들의 운행의 대가라거나 버스업체들의 실비를 보상해주는 차원의 것일 경우 반대급부 없이 지급하는 금원이라 볼 수가 없어 그 법적 성격이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7. 18. 선고 2007가합115213 판결 참조). 버스 준공영제와 유사하게 한국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장관 사이의 공익서비스용 보상계약에 따라 한국철도공사가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공익서비스 제공비용 보상액에 관해 법원도 ① 한국철도공사가 원인제공자의 요구에 따라 제공한 공익서비스에 대해 실제 제공한 서비스의 분량 및 소요 비용 등에 비례하여 지급된 점, ② 공익서비스보상액은 공익서비스의 각 항목인 운임감면, 벽지노선 운영, 특별동차 운영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공익서비스와 직접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는 점, ③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그 수혜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3자가 이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그 대가관계를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는 점, ④ 용역 공급의 비용 전부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급돼야만 그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중 일부만을 대가로 지급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익서비스보상액과 공익서비스 사이의 대가관계(반대급부성 인정)를 인정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17. 6. 27 선고 2017누3521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인식하에 국토교통부도 2017년 2월 17 제3차 대중교통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하면서, 「공공의 서비스 요구로 인한 손실보전과 버스운송사업 보호를 위한 재정지원을 명확히 구분할 것」이라는 표제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운송손실에 대한 보전(손실보전)과 재정지원(보조금)을 구분해 규정할 것을 계획했다. 손실보전금에 관해 공공할인 감면, 벽지노선 등 비수익 노선 운영, 환승할인과 같은 정책목적 사업 등으로 인한 운영 손실보전금이라고 명백히 정의한 바 있다.
현재 버스업체가 부산시로부터 지급받은 재정지원금은 ① 유가보조금, CNG 버스•저상버스 구입보조금 등 법적으로 보장된 보조금, ② 대중교통 무료환승 손실에 따른 보전금, ③ 비수익 복지노선 운행에 따른 보상금 등이 있다. 부산시는 위 재정지원금 일체가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는 어디까지나 부산시와 버스업체 사이에 체결된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 협약이라 할 수 있다. 위 협약서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내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보충적 적용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에 위 재정지원금 모두를 법률상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재정지원금의 법적성격은 금액 자체의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재정지원금 중 대중교통 무료환승 손실에 따른 ‘보전금’은 기본적으로 버스업체가 부산시에게 버스업체가 소유하고 있는 노선면허권, 운행계통에 관한 조정 권한 등을 이전한 대가이다. 버스업체가 유상으로 승객을 운송하고도 그 운행의 대가를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상금으로 그 실질은 버스운송사업자의 운행대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명백히 반대급부가 존재하는 경우이므로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준공영제에 따른 버스업체의 손실을 보상하는 손실보상(보전)금에 해당한다. 비수익 복지노선 운행에 따른 보상금은 버스업체들의 운행의 대가 그 자체로 볼 수는 없다. 비수익 복지노선 운행에 따른 비용(실비)을 부산시로부터 보전 받는 것이므로 이 또한 명백히 반대급부가 존재하는 것이어서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고, 준공영제에 따른 버스운송사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손실보상(보전)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 손실에 따른 보전금과 비수익 복지노선 운행에 따른 보상금은 그 법적성격이 손실보상금으로서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버스업체가 받는 재정지원금의 대부분이 버스업체가 준공영제를 시행함으로 인해 입은 손실에 대한 정당한 보상금에 해당함에도 부산시는 이를 명백히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시민의 혈세로 뭉뚱그려 재정지원금 증가 책임을 버스업체에게만 전가한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에 따라 버스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재정지원금의 법적성격은 세분화돼야 한다. 지자체가 버스업체를 상대로 침익적 행위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실행에 앞서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금 중 세부적으로 어떤 부분이 증가했는지, 또 그 부분의 증가 원인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지원금의 법적성격 내지 목적별로 예산을 편성하는 작업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다.
박보영 법무법인 성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