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800만 빽빽” 트럼프, 엉터리 통계로 자화자찬

입력 2020-03-31 10: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5분 만에 확진 여부를 판정하는 테스트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엉뚱한 서울 인구수를 제시하며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3800만명이 빽빽이 들어찬 서울과 달리 미국은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기에 인구당 검사 비율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오늘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 1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검사를 받았다”며 “이는 지금까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코로나19 검사를 늘렸지만 인구당 검사 수로는 한국 같은 나라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 기자의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동등해졌다”며 “우리는 매우 넓은 나라를 갖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한국을 더 잘 안다”고 질책하듯 답변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빽빽하다. 서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아느냐. 서울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 아느냐”고 반문한 뒤 “3800만명이다. 우리가 가진 어떤 것(도시)보다 더 크다. 3800만명의 사람이 함께 얽혀 있다”고 엉뚱한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넓은 농지가 있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광대한 지역을 갖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 당(기준)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검사를 했고, 우리 검사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더 낫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미국의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인구당 비율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기자의 지적을 반박하며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되거나 잘못 인용된 수치를 사용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상 지난달 말 서울 인구는 973만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AFP 연합뉴스

그는 질문한 기자를 향해서 “비난하는 질문 대신 이 일(많은 검사)을 한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을 해야 한다. 당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환상적인 일을 한 모든 사람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겠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 여러 차례 엉뚱한 수치를 인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3만2000명이라고 하거나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전화 몇 통으로 5억 달러를 증액했다는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