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임신 중 입덧 둔갑 ‘위·식도역류질환’ 조산 부른다

입력 2020-03-31 10:14 수정 2020-03-31 10:15

치주염(잇몸병)이 조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위·식도역류질환이 치주염보다 약 2.88배 높은 강도로 조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임신부의 경우 입덧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치과 송인석, AI센터 이광식, 소화기내과 김은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위식도역류질환, 치주염, 조산의 연관성을 인공지능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다. 관련 연구논문은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731명의 산모데이터를 대상으로 인공지능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 지표인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조산의 가장 큰 요인이었으며 임신부의 연령, 기출산력, 수축기 혈압, 다태아(쌍둥이) 임신여부, 교육수준 등이 뒤를 이었다. 위·식도역류질환이 13번째, 치주염은 22번째 요인으로 나타났다.

위·식도역류질환은 국내에서 연간 약 450만명이 치료를 받을 만큼 흔하다. 임신 중에는 증상이 입덧으로 나타날 수 있고 입덧은 산모 10명 가운데 8명이 겪는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없던 사람도 입덧을 하게되면 잦은 위산의 역류, 식도하부 괄약근(조임근육)의 약화로 인해 신물이 넘어오거나 가슴쓰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입덧으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다.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좋다. 안기훈 교수는 31일 “가장 대표적인 임신 증상인 입덧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기면 위·식도역류질환의 진단이 늦어지고 악화돼 조산의 위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극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