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아니라 성착취물…함정수사 도입해야”

입력 2020-03-31 10:07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사무처

국회 입법조사처는 성착취 동영상 유포 사건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규제를 위해 디지털 성착취 개념을 법률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31일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 대책 현황과 개선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현행법상 카메라 촬영물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용어와 정의에 대해 경미한 범죄로 인식하게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성적인 이미지를 당사자의 동의없이 촬영, 배포하는 경우를 학대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며, 그렇게 생산된 이미지를 피해자 및 피해자의 주변인을 협박·조종하는데 사용하는 행위를 성착취(sexual exploitation)로 정의하자는 논의가 2008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적극 제기됐다고 보고서는 소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제 용어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청소년성착취음란물’로 변경하는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입법조사처는 “수사와 처벌이 보다 실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뿐만 아니라 처벌기준, 행위 양태, 대상을 구체화하고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인 대상의 불법 촬영·배포의 경우와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제작·유통·배포·소지의 경우를 구분해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시청·접근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접근(다운로드)·시청·관음에 대해서도 별도의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착취물의 유포 등 실제 피해 차단을 위해선 가해자, SNS 제공업체, 웹사이트 및 콘텐츠 호스트 등에 사법·행정적인 강제절차를 공식적으로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착취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자·SNS업체·사이트 호스트 등에 48시간 안에 삭제 의무를 부과하며, 과태료 처분 등 행정적 강제조항을 두는 호주의 ‘신속 삭제 제도(the Rapid Removal Scheme)’를 적극 참조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디지털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유통할 경우 함정수사 등의 기법 도입을 통한 검거 ▲죄질이 심각한 경우 적극적인 신상 공개와 수익금의 몰수, 추징 등 규정의 개선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법원의 양형기준 마련 ▲상시적인 전담 신고·수사기관 설치 및 국제 공조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