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20만 사망’ 데이터에 머리 흔든 트럼프…경제 재개 뜻 접어

입력 2020-03-31 08:13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직접 설득
미국 사망자 10만명∼20만명 데이터 제시
파우치 “트럼프, 데이터 이해한 뒤 머리 흔들어”
논쟁도 있었으나 트럼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앤서니 파우치(왼쪽)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이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서둘러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렸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활동을 서둘러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접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30일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가 10만 명에서 20만 명이 될 수 있다는 보건 당국자들의 경고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데이터를 보고 받고 머리를 흔들기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30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활동 조기 재개 입장에서 한발 더 물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연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장 결정을 내리기 전, 파우치 소장은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과 함께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그에게 (사망자 예상치가 10만 명에서 20만 명이 될 것이라는) 데이터를 보여줬다”면서 “그것은 상당히 명확히 그림이었다”고 CNN에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나와 벅스 조정관은 책상 쪽으로 몸을 숙여 ‘여기에 데이터가 있다. 한번 보시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를 보고, 그것들을 이해했으며, 그저 머리를 흔들리면서 ‘우리는 그것(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을 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강한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가 섣부르게 후퇴할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가속화시키거나 다시 튀어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강하게 논쟁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우치 소장은 “그(트럼프 대통령)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했으며, 그리고 (우리들의 말을) 경청했다”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시키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면서 “그는 데이터를 보는 순간 금방 의미를 알아차렸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제시한 데이터가 빠른 경제재개를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린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